김충재 작가를 비롯해 국내외 1,500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며, 278개 공예 기업과 5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은 국내 최대 규모의 공예전 <2017 공예트렌드페어>가 지난 12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코엑스 A홀에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 이 행사는 소비자와 접점을 확장하여 공예시장을 활성화하고자 개최됐다.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2017 공예트렌드페어>의 주제는 ‘SMART×CRAFT’(스마트×크래프트)였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람’, ‘과정’, ‘쓰임’을 주제로 공예와 관련된 모든 것을 공개했다.
1 <2017 공예트렌드페어>.
2, 3, 4 청년공예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향유공예>.
공예, 젊은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보다
서울문화재단은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자는 취지 아래 <청년예술인 창작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초년생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 2017년에는 공공지원금을 받은 적 없는 39세 이하 또는 데뷔 10년 이하 청년예술인(단체)을 대상으로 약 900명(팀)에 56억 원을 지원했다. 특히 공예로 특화된 창작공간인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청년공예작가 100명에게 정산 없이 활동 결과만 보고하는 조건으로 소액을 지원했다.
공예 분야에 선정된 58명의 작가들이 150여 작품을 전시한 <향유공예>가 지난 12월 8일부터 22일까지 서교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이는 신당창작아케이드에서 더 나은 창작 활동을 위해 작가들에게 지원한 200만 원의 ‘시드 머니’에서 출발했다. 전시는 청년작가들의 취향이 돋보이는 <향(香, 취향에 취하다)展>(12월 8~13일, 씨알콜렉티브), 일상 속 유용한 쓰임을 제안하는 <유(有, 유용한 일상)展>
(12월 13~22일, 산울림 아트앤크래프트), 가구작가 3인의 특별전
<공예에 반하다>(12월 13~22일, 디티에이블)로 구성됐다.
<청년예술인 창작지원사업> 공예 분야 선정작가 100명 중 도자, 금속, 섬유, 목공 등에서 활동하는 청년공예작가 58명의 열정과 패기를 담기 위해 기획된 <향유공예>에서 특별전에 참여한 이문혁 작가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초예술지원사업>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
고등학교 때 유도를 했는데,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힐 정도로 유망주였다. 운동을 하다 예상하지 못한 허리 부상을 당했고, 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포기했다. 이후 진로를 고민하게 됐고, 평소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공예에 관심이 가 중앙대에서 공예를 전공했다. 학교 수업과 현장은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학교가 지방에 있어서 다른 작가들과의 교류가 쉽지 않았다. 이 지원사업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다른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학교 수업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어려웠는가?
공예는 디자인과 미술을 기본에 두고, 색감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하지만 나는 적색과 녹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색약이다. 그것 때문에 수업 시간에 배우는 색채화 이론에서 애를 먹었다. 지금은 가구작가로 활동하는데 레진이라는 소재를 활용한다. 레진은 여러 개의 특수한 물질을 조합하여 독특한 색깔을 창출하는 영역이다. 이런 나의 핸디캡이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됐다.
색약 때문에 장점이 됐다는 의미인가?
많은 사람들이 나의 작품에는 다른 작품들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색감이 있다고 한다. 비슷한 유형의 색깔도 아니며, 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색이다. 색약 때문에 나만의 색이 만들어졌다고 믿는다.
자신의 작품 스타일을 설명해달라.
나는 국산 폐목을 활용해 가구를 제작한다. 주로 재활용 나무를 활용하는데, 갈라지거나 구멍 난 나무들을 좋아한다. 그런 깨진 부분을 레진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메운다. 이 레진을 위해 서로 다른 재료를 조합하는데 여기서 독특한 색깔이 나온다. 나의 작품은 재활용을 소재로 한다. 나무와 다른 재질의 소재가 만나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더 많은 작가들과 교류하고 싶다. 나와 비슷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과 어떤 장단점을 교류할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 또한 실생활에 유용한 가구를 만들고 싶다. 평범한 소반이나 가구라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면 좋겠다. 틀에 박한 작품이 아닌 나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 글 이규승_ 서울문화재단 IT홍보팀장
- 사진 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