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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8월호

뮤지컬 <시라노>와 <나폴레옹> 여름, 남자 뮤지컬의 계절
쟁쟁한 ‘남(男)톱’ 뮤지컬들의 여름 향연이다. 서로 다른 색깔의 남성 주인공들이 이끌어가는 두 뮤지컬 <시라노>와 <나폴레옹>이 이번 여름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평소 위풍당당하다가도 사랑 앞에 서면 한없이 수줍어지는 로맨틱한 남성 시라노와 강력한 카리스마와 웅장함으로 무장한 채 야망을 위해 연인도 저버린 나폴레옹을 각각 동명의 제목으로 다룬 작품들이다. 두 작품 모두 초대형 라이선스 공연인 데다 국내 초연이라 뮤지컬 팬들의 기대가 더욱 크다. 실력파 제작진과 화려한 스타 캐스팅이 만나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뮤지컬 <시라노>.

사랑에 빠진 낭만 검객

<시라노> 7. 7~10. 8, LG아트센터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 <시라노>가 베일을 벗었다. 그간 오페라, 연극, 영화 등으로 수없이 변주돼온 원작의 기본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시라노라는 주인공이 빚어내는 낭만적인 정서를 풍성하게 그려낸다. 이번 작품으로 첫 뮤지컬 제작에 도전한 배우 류정한과 뮤지컬계에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홍광호, 그룹 신화 출신의 김동완이 번갈아가며 시라노 역을 맡아 뭇 여성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지난달 개막한 이 작품은 10월 8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주인공인 시라노는 시를 사랑하는 검객이자 싸움과 도전을 좋아하는 호쾌한 남성. 그러나 사랑하는 여인 록산 앞에만 서면 콤플렉스인 크고 못생긴 코 때문에 몸을 숨기기 급급하다. 초라한 겉모습과 달리 내면은 로맨티시스트의 감성으로 가득한 ‘사랑꾼’ 시라노. 그가 록산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사이, 록산은 시라노의 친구인 미남 청년 크리스티앙과 사랑에 빠진다. 최전방 전쟁터에 배치된 시라노는 문학적 재질이 없는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정열적이면서 아름다운 사랑의 편지를 써주면서 자신의 마음을 키워나간다. 공연 중간중간 등장하는 편지에는 사랑으로 충만한 시적 문구들이 눈에 띈다. “내 단어들을 떨어지는 꿀이라고 생각해 주시오. 그리고 내 편지를 당신의 입술로 마셔주시오.” “그대가 내 마음을 빼앗아갈수록 내 마음은 더욱 차오르고 있소.” 사실을 알 리 없는 록산은 크리스티앙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고, 결국 편지의 진짜 주인을 알아볼 수 있을지 관객들을 궁금하게 한다.
국내 대형 뮤지컬 음악을 도맡아 작곡해온 프랭크 와일드혼이 만든 노래들은 작품을 한층 다채롭게 해준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주요 곡인 <지금 이 순간> 등도 모두 그의 작품. 대중적인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로 사랑에 빠진 남성의 마음을 대변하며 여성 관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것이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2 뮤지컬 <나폴레옹>.

스펙터클한 무대 위에서 재현되는 세기의 영웅

<나폴레옹> 7. 15~10. 22, 샤롯데씨어터

“나폴레옹은 뮤지컬로 만들기에 그야말로 완벽한 인물입니다. 그가 사람들의 마음에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는 존경받았고,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며, 사랑받았습니다.” (뮤지컬 <나폴레옹> 연출가 리처드 오조니언)
유럽을 정복한 전쟁영웅이자 뛰어난 전략가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그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나폴레옹>이 10월 22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전쟁으로 혼란스러웠던 18세기 유럽의 툴롱 전투, 이집트 원정, 마렝고 전투 등을 승리로 이끌며 황제의 자리까지 오른 나폴레옹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려낸다. 뛰어난 리더십에 대한 칭송과 함께 자기애와 욕망으로 가득 찬 독재자라는 비판도 받았던 나폴레옹이지만 작품은 인물의 다양한 면모를 비춰주며 독자들이 직접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한다. 나폴레옹 역에는 2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복귀하는 임태경과 한지상, 마이클 리 등 3명이 캐스팅됐다.
동시에 나폴레옹의 야망을 간파하고 그를 이용하려 했던 정치가 탈레랑과 나폴레옹을 사로잡은 매혹적인 여성 조세핀을 축으로 세 사람의 갈등과 사랑도 드라마틱하게 표현된다. 작품에서 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후사를 위해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연인 조세핀과 헤어지는 비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뒤늦게 이 모든 게 자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탈레랑의 계략에 의한 것인 줄 깨닫고 후회하나, 조세핀의 병사로 결국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한다.
공연에서는 나폴레옹 시대를 재현한 화려한 세트와 의상도 등장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알프스 원정, 궁정 무도회, 황제 대관식 등 굵직한 사건들이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웅장하게 펼쳐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특히 워털루 전투 장면은 객석과 무대에 40문의 대포를 설치해 현실감 넘치는 연출을 보여준다. 뮤지컬 <나폴레옹>은 1994년 캐나다에서 초연된 이후 영국 웨스트엔드, 독일 등을 거쳐 2015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새로운 버전을 선보였다. 아시아에서는 이번 한국 공연이 초연이다.

글 인지현_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사진 제공 RG, CJ E&M, 쇼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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