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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8월호

한옥 문화공간 ‘상촌재’ (上村齋)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우리 곁의 한옥
한옥이 주택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올랐지만, 한편에서는 오랜 시간을 머금은 한옥이 쓸모를 다하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버려진 한옥에 숨결을 불어넣어 19세기 말 전통한옥 방식으로 탄생한 ‘상촌재’는 그래서 더 반갑다. 번잡한 도심 속에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잠깐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촌재는 우리에게 커다란 즐거움과 위안을 선사한다.

운치와 전통의 조화

인왕산에서 내려오는 옥류동천과 북악산에서 내려오는 백운동천이 흘러가는 수려한 경관의 경복궁 서쪽 마을. 이곳에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상촌재가 들어섰다. 종로구가 장기간 방치됐던 한옥 폐가를 매입, 19세기 말 전통한옥 방식으로 조성해 한옥의 아름다움과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도심지 개발과 상업화로 한옥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상촌재는 전통한옥을 보존하는 공간으로서도 큰 의미가 있다. ‘상촌재’라는 이름은 경복궁 서쪽 지역 세종마을의 옛 명칭인 ‘웃대’(상촌·上村)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6월 21일 개관 이후 상촌재는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며 우리 한옥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환기시키고 있다. 경복궁 서쪽 지역 골목에서 마주하는 상촌재는 고즈넉한 운치와 고풍스러운 전통이 조화롭게 녹아 있다. 대문 안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기와의 둥근 곡선과 나무의 직선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지형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위계를 띠는 안마당, 사랑마당, 행랑마당 3개의 마당이 들어서 있고 안채, 사랑채, 행랑채가 각 마당과 어우러져 있다. 안마당과 사랑마당은 중문과 내담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누마루를 통해 시각적 소통이 가능하다. 누마루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한없이 시원하고 정겹다. 한옥은 한눈에 들어오지만 예측하기 어렵다는 매력이 있다. 상촌재를 둘러보는 즐거움도 공간을 알고 싶은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공간의 목적에 따라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는 점도 한옥만의 특징이다.
사랑채는 우리나라 고유의 난방기술인 온돌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별채에서는 세종대왕 탄신지인 세종마을의 역사성을 고려해 한글창제의 목적과 원리, 세계 석학들의 한글예찬을 담은 영상 등 한글과 관련된 전시가 진행된다. 안채에는 조선시대 후기 부엌을 재현해 놓았다. 여자들의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자 불과 온기가 있는 난방 공간, 그리고 한식의 시작이 된 부엌의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한 공간이다.
종로문화재단 문화사업팀은 우리 고유의 한옥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상촌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상촌재가 들어선 옥인동은 조선시대 중인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근세 및 근대 문화예술의 주역들이 활동했던 지역입니다. 지난 2010년에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됐고요. 상촌재는 서울의 현대식 한옥에서는 보기 어려운 온돌구조를 구현했고 한옥 철거 현장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목재, 보, 기와 등을 선별해 재사용했습니다. 또 서까래 등 주요 목재는 강원도 강릉의 육송 소나무를 엄선해 사용했고요. 앞으로 상촌재가 경복궁 서쪽 지역의 역사·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2 19세기 말 전통한옥 방식으로 조성된 ‘상촌재’.
3 안채에 있는 조선시대 후기 부엌을 재현한 공간.
4 개관식 모습.
5 사랑채에서는 전통 온돌의 구조와 원리를 직접 볼 수 있다.

온돌방에서 인문학 강좌를

상촌재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온돌난방이다. 온돌은 전도, 복사, 대류 등 열전달 방식을 모두 사용한 가장 과학적이고 위생적인 우리 민족 고유의 난방 방식으로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랑채의 온돌 상부는 아궁이와 연결된 방바닥 위를 투명한 글라스 데크(보행바닥)로 조성해 관람객들이 전통 온돌의 구조와 원리를 육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특히, 종로구에서 발굴된 온돌유구와 온돌구조를 복원해 전시한 점도 눈길을 끈다.
한옥단지가 아닌 도심지에 소박한 규모로 건립된 만큼 상촌재는 지역 주민은 물론 경복궁 서쪽 지역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문화와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된다. 안방, 대청, 건넌방에서는 인문학 강좌를 들으면서 직접 온돌의 온기를 체험할 수 있다. 또 세시풍속 관련 행사, 한복 제대로 입기 교육 등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과 우리 문화와 관련된 각종 강좌가 진행될 예정이다. 상촌재는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도 좋아 언제든지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우리에게는 더없이 가까운 한옥이다.

글 한율
사진 제공 종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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