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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6월호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명작의 한국적 해석
마냥 웃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울어버릴 수도 없는 작품들, 사랑했으나 이루어질 수 없었던 만남을 그린 뮤지컬과 연극이 초여름 무대에 오른다. 원작 소설은 물론,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지만 한국적으로 재해석됐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한국 초연 무대에 막을 올렸고, 수백 년간 인류가 가장 사랑한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은 국립극단과 만나 한국적 비극을 보여준다.

대극장을 채우는 잔잔한 로맨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4. 15~6. 18,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어떻게든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하지만 그들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1960년대 미국 아이오와주 매디슨 카운티에 있는 로즈먼 다리를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다. 다리 촬영을 위해 매디슨 카운티를 찾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 로버트와 그곳에서 남편, 두 자녀와 살고 있는 프란체스카가 나흘 동안 나눈 애절한 사랑을 그린다. 미국 소설가 로버트 제임스 월러가 1992년 발표한 원작 소설은 전 세계 40개 국 언어로 번역돼 1,2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국내에서는 1995년 할리우드 스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과 주연을 겸하고 배우 메릴 스트립이 함께 출연한 동명의 영화로 더 큰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201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보였다. “가슴 터질 듯 아름다운 노래들은 오페라와 같은 웅장함까지 갖추었다”는 호평을 받으며 그해 토니상의 음악 부문을 휩쓸었다.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이 작사, 작곡을 맡고 마샤 노먼이 대본을 맡아 이미 작품성으로는 인정을 받은 뮤지컬이다.
한국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옥주현과 박은태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로부터 주연이 너무 어리다거나, 불륜을 담은 내용이라는 우려가 있기도 했지만, 막이 오른 무대는 이러한 걱정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옥주현과 박은태의 가창력과 아름다운 영상이 가미된 무대 연출이 한 편의 동화처럼 극을 이끈다. 스토리와 무대는 국내 정서에 맞게 새로 구성했다. “나흘 동안의 운명적인 사랑을 강조하지만 여주인공 프란체스카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을 드러내고 싶었다”는 게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로버트가 떠나고 난 뒤의 프란체스카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훌륭한 넘버들뿐만 아니라 무대를 가득 채운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해가 뜨고 구름이 흘러가는 풍경, 노을이 지고 별이 빛나는 모습이 영화 못지않은 감동을 자아낸다. 대극장 뮤지컬은 쇼 뮤지컬 중심이지만,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정통 로맨스만으로도 대극장을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커튼콜 이후의 에필로그가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며 또 다른 감동을 전한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2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한국적 색채 입은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5. 25~6.18, 명동예술극장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를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들은 오랫동안 반목해온 몬테규 가문과 캐플릿 가문의 아들, 딸로 원수나 다름없는 사이다. 둘은 비밀 결혼식을 올리지만 양가 친족들 간에는 다툼이 일어난다. 싸움에 휘말린 로미오는 결투 중 상대방을 죽여 추방 선고를 받고, 줄리엣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이별한다. 줄리엣은 집안에서 원치 않는 결혼을 강요하자 가짜 수면제를 먹어 위기를 넘기려 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로미오는 잠들어 있는 줄리엣이 진짜로 죽은 줄 알고 자살한다. 그 후 잠에서 깨어난 줄리엣은 죽은 로미오를 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수백 년간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되고 연극과 뮤지컬로 공연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는 익숙하다. 하지만 연출가 오태석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다르다. 즉흥적인 진행은 의외의 방향으로 극을 이끌고, 관객이 예측하는 부분들을 뒤집는다. 원작과는 또 다른 결말로 관객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무엇보다 오태석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한국적이다. 한국의 색, 소리, 몸짓이 조화를 이루는 놀이마당으로 재탄생했다. 무대에는 오방색의 커튼과 대청마루, 청사초롱, 십이지신의 동물들과 현무도가 등장한다. 대사는 삼사조, 사사조와 같이 우리말의 운율을 살려 노래 같은 느낌을 준다. 한국무용과 풍물이 어우러진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관객의 흥을 돋우는 데 부족함이 없다.
오태석 연출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기도 한 이 작품은 초연 후 22년간 걸출한 배우들을 배출해냈다. 영국의 바비칸 센터를 비롯한 세계 공연장에서 매진 행렬을 일으키며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바비칸 센터의 예술감독 루이즈 제프리즈는 이 작품을 “연극적 쿠데타”라고 평한 바 있다. 오태석 연출가와 오랜 시간 함께한 극단 목화와 국립극단이 만나 다시 한 번 관객들을 웃기고 울릴 예정이다. 오태석은 세대 간 갈등이 증폭하고 있는 지금, 이 작품을 통해 “비 온 뒤 날이 개듯 몸 속이 밝아졌으면 한다”는 말을 전했다.

글 양진하_ 한국일보 기자
사진 제공 프레인글로벌,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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