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자충동>에서 주인공 ‘장정’ 역에 캐스팅된 배우 류승범(왼쪽)과 박해수.
<남자충동>은 스크린에서 주로 활동해온 배우 류승범이 14년 만에 선택한 연극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2015년 초연한 고선웅 연출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최근 ‘최순실 청문회’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연관돼 언급되면서 화제에 올랐다.
힘에 대한 남자들의 강박관념을 다룬
1997년 초연작
<남자충동>, 2. 16~3. 26, 대학로 TOM 1관
조광화가 연출한 <남자충동>은 1997년 초연 당시 각종 상을 받으며 그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힌 작품이다. 당시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 백상예술대상 희곡상과 대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등을 휩쓸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초연 당시 한극연극협회가 상반기 연극평론가 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작품 부문, 연출 부문, 남·여 연기자 부문, 극작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남자충동>은 힘에 대한 남자들의 강박관념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장정’은 영화 <대부>에서 마이클 콜레오네 역을 맡은 알 파치노를 무척 좋아하는 인물이다. 영화 속 알 파치노처럼 힘을 키워 조직을 꾸리고 가족을 지키는 것을 일생일대 임무로 생각한다. 험하고 거친 건달이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깊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아버지 ‘이씨’는 노름에 빠져 가족은 뒷전이다. 그런 아버지에 질색해 어머니 ‘박씨’는 이혼을 선언한다. 그 밖에 섬세하고 유약한 동생 ‘유정’, 연인 ‘단단’, 막냇동생 ‘달래’ 등 주변 인물과 ‘장정’의 갈등을 그리며 ‘강한 남성’에 대한 남자들의 집착과
강박을 이야기한다.
이번 무대는 배우 류승범의 연극 무대 복귀작으로도 주목받는다. 류승범이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은 첫 출연 연극인 2003년 <비언소> 이후 14년 만이다. 주인공 ‘장정’ 역을 맡은 류승범은 <남자충동>의 대본을 보자마자 작품에 반해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최근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과 영화 <마스터>
등에 출연한 배우 박해수가 ‘장정’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아버지
‘이씨’ 역에는 손병호와 김뢰하가, 어머니 ‘박씨’ 역에는 황영희와 초연 멤버였던 황정민이 번갈아 출연한다.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한 공연이기도 하다.
2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2015년 초연 당시 공연 모습.
중국판 햄릿을 원작으로 한 2015년 최고의 화제작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1. 18~2. 12, 명동예술극장
2015년 초연 당시 연말 각종 연극상을 휩쓴 작품이다. 한국연극
평론가협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연극 베스트3’와 동아연극상 대상, 대한민국 연극대상 대상 등 주요 연극상을 받았다. 한극연극
평론가협회는 당시 “올해 최고의 연극이라 꼽을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와 배우들의 열연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고선웅 연출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중국 원나라 시대 작가 기군상이 사마천의 사기에 나온 중국 춘추시대 사건을
연극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중국 4대 비극 중
하나로 꼽히는 기군상의 원작 <조씨고아>는 18세기 유럽에 소개되며 ‘중국판 햄릿’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이미 드라마와 영화 등 여러 형태로 극화돼 중국인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스토리이기도 하다. 천카이거(陳凱歌) 감독의 2010년 영화 <천하영웅>도 <조씨고아>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며 2013년에는 중국 CC(중국중앙)TV에서 41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악행도 마다치 않는 장군 ‘도안고’는 왕의 총애를 받는 ‘조순’을 역적으로 몰아 조씨 가문 300여 명을 몰살한다. 그러나 주변 인물의 도움으로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고아’가 살아남고 ‘도안고’는 ‘고아’의 정체를 모른 채 양아들로 삼는다. 장성한 ‘고아’는 이후 모든 진실을 알게 되고 복수를
고민한다.
‘도안고’ 역에 장두이, ‘정영’ 역에 하성광, ‘조순’ 역에 유순웅 등 초연 당시 무대에 올랐다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임홍식을 제외하고는 초연 무대의 출연진이 그대로 출연한다. 당시
‘공선저구’ 역으로 출연했던 임홍식은 자신의 분량을 모두 연기하고 퇴장한 뒤 갑작스럽게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세상을 떠났다. 재공연에서는 정진각이
공선저구 역을 맡았다.
초연 당시 입소문이 퍼지면서 공연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표를 구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재공연을 앞두고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고선웅 연출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지만 <조씨고아> 작품이 너무 좋아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글 황희경
- 연합뉴스 기자
- 사진 제공 프로스랩, 국립극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