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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9월호

남산예술센터 연극 <아방가르드 신파극> <변칙 판타지> <나는야 연기왕> 개념 찬 연극 세 편, 희곡 없이 남산의 가을을 물들이다
연극일까, 퍼포먼스일까, 미술일까, 리얼리티 쇼일까. 지난봄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리얼타임으로 전시한 <불행>을 보며 든 생각이다. 이처럼 희곡 없이 개념으로 승부를 거는 초연작 세 편이 연달아 관객을 만난다.

극작가의 희곡으로 작품을 선발해 창작 작품의 제작을 지원해온 남산예술센터는 올해 희곡 기반의 표현 양식을 넘어서는 작품들도 시즌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2000년대 이후 포스트 드라마, 렉처 퍼포먼스, 다큐멘터리 연극과 같이 전통적인 양식을 벗어나 현대사회의 다원성을 표현하려는 예술가들의 시도에 발맞춰 남산예술센터 중극장 문을 연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에 동참하게 된 세 편의 작품은 연극의 틀을 가볍게 넘나들며 연극과 연기에 대한 각자의 분석과 정의를 선보이기 위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러 요소를 실험해가며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그중 가장 먼저 관객과 만나는 작품은 <아방가르드 신파극>이다.

<아방가르드 신파극>, 작·연출 적극(다페르튜토 스튜디오), 9. 7(수)~11(일)

연극이라는 요소, 장르, 특성을 작업의 재료로 삼아온 적극 연출이 이번에 택한 소재는 신파극이다. 연극사 속 여러 구체적 대상(가부키, 신파극, 인형 조루리, 후류모노, 멜로드라마, 무성영화 등)을 리서치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신파극과 비교되는 요소들을 무대 위로 소환해 신파극의 본질과 가능성을 질문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말 공동 제작 공모 당시, 한국 연극사에서 주목받지 못한 신파극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아 남산예술센터 2016 시즌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신파극은 1910년대에 대중적인 인기를 끈 장르로, 구파 연극에 대항해 단어의 뜻처럼 ‘새로운 물결’을 표방하며 등장했으나 이내 신극에 밀려나 오늘날에는 과장이 심하거나 진부한 극을 일컫는 단어가 됐다. 이에 관해 적 연출은 뚜렷한 서사, 쉽고 재미난 전개, 관객의 반응과 소리가 극을 고조시키는 등 신파극의 특징이 평가절하되는 지금의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고 신파극의 역사를 파헤치게된 것이다.
가부키의 원형에서부터 관객과 마주하는 인형 관객이 등장하는 후류모노, 서양의 멜로드라마까지 여러 요소가 텍스트의 구애 없이 새로운 맥락으로 무대에 오르는 구성은 관객이 마치 전시와 연극이 음악처럼 맹렬하게 흐르는 극장 한가운데 있는 것과 같은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변칙 판타지>, 작·연출 정은영(시각예술가), 10. 5(수)~9(일)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

<아방가르드 신파극>을 무대에 올리는 극단 다페르튜토 스튜디오가 연극에 토대를 두고 미술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특징을 보여준다면 시각예술가 출신인 정은영은 <변칙 판타지>로 연극 연출에 처음 도전한다. 시각예술가로서의 그녀는 2013년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수상했고, 2015년 아시아퍼시픽 트리엔날레, 광저우 아시아 비엔날레 등에 참가했으며 2008년부터 여성국극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여성국극이란 오직 여성만 무대에 설 수 있는 한국 공연예술 역사 속 독특한 장르로, 남성 역할의 배우는 매우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했다. 여성국극의 황금기는 1950년대였고 이젠 찾는 이도 연기할 배우도 없기에 기억하는 이 또한 적다. <변칙 판타지>에서 정 연출은 여성국극 남역 배우가 되고자 입문했으나 현실적인 이유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인물 N을 통해 그녀가 상상해온 여성국극의 ‘진짜’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 ‘진짜’ 이미지는 어디로부터 온 것이고 또 어떻게 재현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여성국극이라는 하나의 변칙적인 형식을 일종의 환상극으로 선보이는 한편, 많은 부분이 기록되지 않아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역사를 지닌 이 형식을 새롭게 해석해내며 기존의 역사 기술에 비판적인 태도를 드러낼 예정이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아방가르드 신파극> 출연진이 공연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나는야 연기왕>, 공동창작 그린피그·연출 윤한솔 (그린피그), 10. 26(수)~11. 6(일)

그린피그와 남산예술센터가 공동 제작한 작품은 <누가 무하마드알리의 관자놀이에 미사일펀치를 꽂았는가?>(2010), <사이코패스>(2012), <치정>(2015)으로 모두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신작 <나는야 연기왕>은 전작들과는 달리, ‘주제와 예술 형식의 진보를 고민하는’ 그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작품이 될 것이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모티프를 찾은 신작 <나는야 연기왕>은 연출과 배우들이 최소한의 단서에서 출발해 실연자들이 직접 이야기를 찾고 만들어가는 공동 창작 작업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최근 몇 년간 성행하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심사위원은 오디션 대상자의 퍼포먼스를 하나의 상품으로 간주한다. 가장 완성도 있는 상품, 혹은 잠재적으로 가장 상품성이 높은 퍼포먼스를 선별하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목표인 셈이다. 반면 윤한솔 연출이 주장하는 연기론은 ‘연기하지 않는 연기’다. 연기가 놀이(Play)라면, 우리 시대에 굳이 무대라는 공간 속에서 ‘놀이’를 하는 방식은 무엇인지를 이 작품을 통해 자문한다.
신파극과 여성국극을 재조명하고 연기 자체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이 모든 일은 관객과 함께일 때 의미를 더할 것이다. 호흡이 조금 느린 ‘개념 연극 페스티벌’이라 생각하고 한 달에 한 편씩 관람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가격 각 3만 원.문화+서울

글 이준걸
서울문화재단 홍보팀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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