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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8월호

연희문학창작촌 아시아문학창작워크숍 별 하나에 연희와
별 하나에 서울과
별 하나에 아시아 아시아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 내내 작가들의 집필실로 운영되고 있는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지난 6월 말 본격적인 여름 입주작가를 맞이하기 전, 아시아 9개국에서 초청된 특별한 손님들이 연희에 직접 머물며 동시대 각 나라의 문학을 논하고 교류하는 시간을 나누었다. 연희문학창작촌을 중심으로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5일간 열린 아시아문학창작워크숍의 따뜻하고 특별한 교류 현장의 감동을 전한다.

산책하듯, 연희에서 살아보기

장마 기간이었지만 다행히 하늘은 높고 녹음은 더 짙었다. 연희문학창작촌을 한 번이라도 찾았던 이라면 이곳 야외마당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이곳을 둘러싼 100여 그루의 소나무가 내뿜는 향기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군다나 여기가 서울 한복판 주택가라는 점은 더 놀라운 일이다. 국내 작가를 위한 16개 집필실과 해외 작가를 위한 3개의 국제 레지던스로 운영되고 있는 연희문학창작촌. 상쾌하고 고요하던 이곳이 손님맞이로 유난히 분주해졌다. 그 주인공은 이번에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아시아문학창작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 아시아 9개국에서 온 작가들이다. 문학으로 아시아의 도시들을 기억해보자는 취지로 진행된 이번 워크숍은 아시아를 5개 권역(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부아시아, 중앙아시아)으로 나누고, 권역별 해당 국가의 문학을 대표할 만한 작가들을 초청했다. 이렇게 최종 초청된 작가들은 한샤오궁(Han Shaogong(韓少功), 중국), 푸릅후 바트호약(Purevkhuu Batkhuyag, 몽골), 무라타 사야카(Murata Sayaka(むらた さやか), 일본), 네르민 일디림(Nermin Yildirim, 터키), 산드라 롤단(Sandra Roldan, 필리핀), 샤힌 아크타르(Shaheen Akhtar, 방글라데시), 프랍다 윤(Prabda Yoon, 태국), 신타 유디시아 위수단티(Sinta Yudisia Wisudanti, 인도네시아), 판카즈 두베이(Pankaj Dubey, 인도) 등 모두 9명이다.
5일간의 워크숍 공식 일정 동안 작가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을 만나고 국내외 작가들과 소통했다. 낯선 이 동네와 서울이라는 도시가 그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었을까.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산책할 수 있는 이곳의 창작 환경을 그들도 꽤나 마음에 들어 했다. 문인이라는 우정과 동지애는 밤낮으로 문학을 논하며 다른 언어 속에서도 유쾌하게 통했다. 단순히 이곳 연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 머물고 살다 간 그들의 일상이 언제 어떻게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다시 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각국의 노래와 시로 연희문학창작촌 하늘을 수놓았던 행사 첫 환영의 밤.
2 시인 함민복이 안내하고 국내 작가들이 함께한 문학기행 둘째 날, 강화도 전등사에서.

문학으로 그려보는 아시아 9개국 지형도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3 ‘도시와 문학’을 주제로 쓴 작가들의 에세이를 자국의 언어로 낭독한 본행사 낭독회.
4 9개국 작가들의 작품과 에세이를 시각 작품으로 전시한 < Reading Asia >(시민청 갤러리).

시인 김응교가 이끈 윤동주의 자취를 찾아 떠나본 서울문학기행과 시인 함민복이 소개하는 강화도기행으로 일정의 몸풀기가 시작됐다. 한국작가회의를 통해 사전에 섭외된 국내 작가들이 이 일정에 동행했다. 첫날 환영회에서는 초청 작가들이 각국의 노래와 시 등으로 자기소개를 해 한껏 고조된 분위기가 연희의 푸른 기운과 어우러졌다.
초청 작가들이 ‘도시와 문학’을 주제로 미리 집필한 에세이와 작품을 전시(시민청 갤러리)와 낭독 공연?낭독회(시민청 바스락홀)로 선보였는데,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작가들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에 대해 쓴 에세이를 자국의 언어로 직접 낭독한 낭독회였다. 뒤섞인 언어의 틈에서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아시아 각국의 서로 다른 우주를 경험해볼 수있는 진지하고도 여운이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연희문학창작촌에서는 ‘아시아의 근?현대사는 각국의 작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라는 주제로 초청 작가들이 사전에 작성한 발제문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통해 진지한 담론이 오갔으며, 야외무대에서는 시인과 시대의 문학적 고뇌를 담은 영화 <동주>가 상영돼 함께 감상했다. 각 나라의 과거 수난 시대에서 식민지와 독재 정치 등 아픔의 흔적을 공감하는 작가들은 의식을 하든 하지 않든 작가 자신과 자국의 문학이 역사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현주소를 파악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한편 본 행사가 열리기 두 달 전에는 3개 국가(몽골, 인도, 인도네시아)의 작가들이 먼저 입주해, 서울이라는 도시를 좀 더 가까이 느끼며 서울에 관한 에세이와 소설을 집필하기도 했다. 초청작가들의 ‘도시와 문학’에 대한 에세이는 계간 가을호를 통해 발표되며, 사전 초청 작가들의 서울과 관련한 에세이는 내년 연희문학창작촌 연간지에 수록될 예정이다.

문학은 모든 것을 기록하고, 기억한다

이번 아시아문학창작워크숍은 문학으로 그들이 사는 세상을 기억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서울을 기록해보는 시도였다. 또 말로만 가까운 아시아였을 뿐 우리가 간과하고 지낸 아시아문학을 한자리에서 만나본 의미 있는 시작이 되었다. 소박한 그 첫발걸음이 한국문학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 아시아문학을 만나고 더 나아가 세계를 향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작가’는 누구인지, 또 ‘문학’은 무엇인지 사유하게 한 이번 워크숍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문인들에게 청량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한샤오궁 작가가 발제문 말미에 적은 글로 마무리를 대신하고 싶다. “태양이 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작은 반딧불이가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대에 적응하는 일이 될 것이다. (중략)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일이 아닐 수없다.” 작가들이 지닌 사유의 빛이 어둠 속에서도 반딧불이처럼 오롯이 빛나던 서울의 어느 멋진 여름 날을 이렇게 한 페이지로 기록하며, 기억해본다.문화+서울

글 임지은
서울문화재단 연희문학창작촌 대리
사진 서울문화재단, 엄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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