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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5월호

5월의 밤, 서울 거리에서 즐기는 다채로운 행사 역사 산책부터 빛의 퍼레이드까지
‘서울의 밤’이 다양한 즐길 거리로 속속 채워지고 있다. 가정의 달이자 석가탄신일이 있는 5월의 밤에는 역사와 전통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부터 K-pop 콘서트, 연등회까지 다양한 행사를 야외에서 만날 수 있다. 낮의 서울과 전혀 다른 밤의 서울, 그 진가를 그림 그리듯 고즈넉한 빛과 이야기가 수놓일 밤에 확인해보자.

테마토크 관련 이미지1 서울의 궁궐 중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창덕궁(주합루)의 야경.
2 궁중문화축전 기간에 창경궁에서 공연되는 야외 정통사극 <인조, 길 끝에서>(5. 5~7).

서울, 봄밤, 그리고 ‘궁’

서울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이다. 조선왕조부터 시작된 600여 년 수도의 역사는 서울을 설명하는 데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하다. 고층빌딩과 콘크리트 건물이 도시 곳곳을 빼곡히 채우고 있어 잊기 쉬운 서울의 역사를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장소는 ‘궁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궁의 야간 개장이 부분적으로 진행되면서 시민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밤 산책하기 좋은 5월에는 공연과 전시, 체험 프로그램이 어우러진 궁의 야간 프로그램들이 시민을 기다린다. 올해 2회째 열리는 궁중문화축전은 대표적인 ‘궁궐 축제’로 조선시대 4대 궁으로 꼽히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과 종묘에서 열린다. 궁이 지닌 역사성과 장소성을 바탕으로 궁중문화를 새롭게 해석해 시민과 나누는 축제다. 장소별로 각 장소 특성에 맞는 주제에 따라 공연, 전시,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덕수궁에서는 축제 기간 저녁에 근대 조선의 역사와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석조전 콘서트 시리즈 <황제를 위한 아리아>(4. 30~5. 4)와 중화전에서 열리는 덕수궁 근대음악회(5.5~7)가 그것으로, 고종 황제가 덕수궁에 머물던 시기 비운의 역사 속에서도 꽃피기 시작하던 근대 문화의 풍경이 해설을 곁들인 다양한 형식의 음악 공연으로 펼쳐진다. 종묘 정전에서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종묘 제례악이 이틀(5. 3~4)간 야간 공연으로 진행되며, 조선 16대 왕 인조를 재조명하는 연극 <인조, 길 끝에서>가 창경궁 문정전에서 공연된다. 창덕궁의 역사와 문화를 ‘이동형 이야기극’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전하는 ‘창덕궁 별빛야행’도 주목할 만하다. 이 중 종묘제례악 야간 공연과 연극 <인조, 길 끝에서>, ‘창덕궁 별빛야행’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이 외 궁중문화축전의 자세한 일정과 프로그램은 궁중문화축전 홈페이지(www.royalculturefestival.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봄밤 궁의 여운이 잊히지 않는 이들에겐 ‘창덕궁 달빛기행’과 경복궁?창경궁의 야간특별관람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매년 봄, 가을에 열리는 행사로 2012년 시행 이후 관람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어온 인기 프로그램이다. 창덕궁은 조선시대 궁궐 중 가장 한국적이고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 음력 보름을 전후해 진행되는 창덕궁 달빛기행은 은은한 달빛 아래 전문해설사의 안내로 창덕궁의 후원과 전각을 돌아보는 산책 코스와 다과를 즐기며 전통 공연을 관람하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시행 횟수를 대폭 늘려(37회?61회) 운영되며 그중 상반기 행사는 6월까지다.(www.cdg.go.kr)
경복궁과 창경궁의 야간특별관람 역시 봄밤 나들이의 인기 코스다. 고궁 야간특별관람 역시 관람 기간을 연간 48일에서 120일로 늘렸으며 연간 4회차로 진행되는 일정 중 현재 2회차가 진행되고 있다(4. 30~6. 2, 오후 7~10시). 경복궁의 경우 올해 개방 장소가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까지 확대됐으며 야간특별관람 기간 궁 내에 있는 국립고궁박물관도 연장 운영된다. 입장 마감 시간은 9시까지, 하루 2500명으로 인원이 제한되고 경복궁은 화요일, 창경궁은 월요일 휴궁한다.

테마토크 관련 이미지3, 4 정동야행 기간 동안 덕수궁길을 비롯한 정동 일대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 투어 등의 문화행사가 진행된다.

정동길에서 1900년대 ‘덜덜골목’으로 타임슬립

정동 일대는 한국 근대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다.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접어든 이후 외국인이 드나들고 거주하던 중심지로 국제교류의 주 무대이자 신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곳이기 때문이다. 옛 러시아공사관과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 역사박물관(배재학당 동관), 이화박물관(이화여고 심슨기념관)은 당시에 건립돼 현재까지 남아 있는 대표적인 유산이다. ‘정동야행’은 이러한 조명이 잦아드는 밤에 정동 일대 문화시설을 돌아보며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역사도보투어 프로그램이다.
행사가 열리는 5월 27~28일 이틀간 덕수궁, 서울시립미술관, 정동제일교회, 구세군역사박물관,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등에서는 그림자 인형극, 파이프오르간 연주회, 라이브드로잉쇼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며, 약 90분 동안 진행되는 도보답사 프로그램 ‘다같이 돌자 정동 한바퀴!’에 참여하면 정동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옛 러시아공사관, 이화박물관,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등 근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을 탐방할 수 있다. 덕수궁 돌담길 일대는 ‘덜덜골목’으로 변신해 흥미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근대 신문물의 시작점인 만큼, 모르스 부호를 이용해 문자를 완성하는 ‘전신으로 소통하다’, 커피콩을 절구에 갈아 만들던 옛 커피 제작 방식을 체험하는 ‘가비의 향’, 근대 복식을 입어볼 수 있는 ‘묘화 양복점’ 등이 운영된다. 한국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이자 가장 매력적인 시기로 이야기되는 1900년대로 5월의 봄밤 타임슬립을 경험할 기회다.

테마토크 관련 이미지5, 6 5월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진행하는 연등회에는 전통등전시회, 연등행렬과 연등놀이,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음악의 열기와 아름다운 빛의 퍼레이드 속으로

고궁에서 조선시대를, 정동 일대에서 신문물의 시작과 어지러운 정치사가 혼재된 근대를 만난다면, 2016년 서울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행사도 있다. 삼성동 코엑스 일대에서 펼쳐지는 씨-페스티벌(C-Festival)은 아트토이 전시와 디자인페스타, 글로벌컬처퍼레이드, 무지개칠판 드로잉 체험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의 현재를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이다. 이 중에서도 주목도 높은 것이 5월 8일 저녁 영동대로에서 펼쳐질 케이팝(K-POP) 콘서트. 싸이, 위너, 아이오아이 등 한국 대중가요계에서 가장 ‘핫한’ 팀들이 출연해 케이팝의 현재를 제대로 보여줄 예정이다.
5월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서울시내 사찰에서 진행하는 연등축제도 5월의 밤을 다채로운 빛으로 채운다. 서울 조계사 앞길을 비롯한 종로 일대에서 개최되는 ‘연등회’(5.6~8)는 전통등전시회, 연등행렬과 연등놀이, 연등 만들기와 사찰음식 체험, 전통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특히 7일(토) 저녁에 펼쳐지는 연등행렬에서는 다양한 모양과 빛깔의 수천 개 연등이 서울의 거리를 화려하게 수놓을 예정이다. 국내 사찰에서 제작한 보름달등, 연꽃 등, 팔모등뿐만 아니라 미얀마와 네팔, 스리랑카, 베트남 등 해외 불교문화권의 연등도 감상할 수 있다. 대규모 연등행렬과 함께 어둑해지는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지혜, 자비, 가까운 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서울의 밤을 밝히는 아름다운 빛으로 각광받는 곳 중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장미정원을 빼놓을 수 없다. DDP 이간수문 전시장 옆에 위치한 장미정원은 ‘LED 장미’ 2만 5550송이가 순백의 빛을 발하며 방문객의 마음을 흔든다. 2014년 10월 한 브랜드의 론칭 쇼를 계기로 설치돼 DDP에 기증된 LED 장미는 일종의 ‘공공미술 콘텐츠’로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2만 5550송이(70년×365일)로 증설되기도 했다. 은은한 빛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자 하는 시민들로부터 DDP 장미정원은 큰 사랑을 받으며 서울의 볼거리가 되고 있다.문화+서울

글 이아림
사진 제공 궁중문화축전추진기획단, 문화재청, 중구청 문화관광과, 연등회 보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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