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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서울문화재단과 함께한 예술가들의 새해 인사

❶ 서울문화재단과의 인연
❷ 예술가로서 나의 2025년
❸ 2026년의 활동 계획
❹ 새해, 주목하고 있는 문화예술 키워드
강훈구 연출가

❶ 저는 연극을 전공한 것이 아닌지라, 서울연극센터 ‘플레이업 아카데미’에서 처음 연극 수업을 들었어요. 제가 연극에 대해 아는 것은 대부분 거기서 배운 거랍니다. ‘플레이업 아카데미’ 영원하라! ❷ 공놀이클럽에 일복도, 상복도 터진 한 해였는데요. 신작 연극 <클뤼타임네스트라>, <무화과>부터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재공연까지 쉴 새 없이 달린 것 같습니다. 과분하게도 여러 곳에서 상을 주셨는데요. 특히 서울예술상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무려 상금이 5백만 원이었다는 사실! ❸ 2월 명동예술극장에서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를 재공연합니다. 5월에는 조민송 작가의 신작 <미미의 미미한 연애>, 8월에는 신작 <광인일기>, 10월에는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재공연, 11월에는 백하룡 작가의 신작 <사루비아 꽃이 피었습니다>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❹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이제는 잘 만든 작업보다 왜 만들었는지가 분명한 작업, 실제 삶과 맞닿아 있는 구체적인 작업이 더 중요해졌다고 느낍니다. 기술적 완성도나 트렌드에 맞춘 형식은 빠르게 소비되지만, 관객이 오래 기억하는 건 대체 불가능한 경험과 관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 이야기를 꼭 내가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됩니다. 조금 서툴더라도 솔직한 고백은 언제나 힘이 있다고 믿으면서요.

김도현 피아니스트

❶ 2024년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창작지원 사업으로 큰 도움을 받아 9월 13일 피아노 리사이틀을 열었습니다. 그 무렵 손에 부상이 있었지만, 많은 분의 감사한 도움으로 어려움을 잘 견뎌내고 좋은 연주를 들려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 연주회가 2025년 서울예술상 최우수상으로 선정되면서 제가 예술가로서 이 사회와 시민에게 어떤 기여와 노력을 해야 할지 방향을 확립하게 됐습니다. ❷ 2025년은 사투와 성장의 한 해였어요. 크고 작은 연주가 정말 많았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해내며 바쁘게 지냈습니다. 이제껏 쉼 없이 달려왔기에 몸이 많이 망가졌고, 내 몸이 무엇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파악하는 데 집중한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❸ 2026년 10월 7일 독주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슈베르트의 가곡 편곡과 소나타·즉흥곡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여러 연주를 소화할 계획입니다. ❹ AI가 우리 생활의 점점 더 많은 부분에 개입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창의적이고 풍부한 상상과 지성이 아주 중요한데, AI가 과연 어디까지 활동하게 될지 궁금하네요.

이경자 소설가

❶ 그해 어느 날, 전화로,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을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소중하고 망가지기 쉬운 물건을 손에 잡은 기분처럼 조심스럽기도 했고요. 사무적인 태도를 익히지 못한 내게 친절하게 대해준 재단의 많은 분들께 아직도 감사의 마음이 가득 남아 있습니다. 늘 푸르른 상록수 같은 추억으로. ❷ 여든 살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는 현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려고 애썼습니다. 이 나이에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나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요모조모 살피고 확인하고 가누고 ‘무리’가 없도록 내 성정을 살폈고요. 소설가라는 도구로서 인생에 대해, 사회에 대해 문장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을 어떻게 실천할까, 고민했습니다. 소설가는 늙어도 소설 속의 삶은 늙지 않기에, 균형을 찾는 일이 내 앞에 닥친 숙제이기도 합니다.❸ 2026년, 병오丙午년입니다. ‘병오’는 기운이 뜨거운 해이니 내게 힘을 줄 거라 예감하고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수년 전, 서울문화재단 [문화+서울]에 연재한 ‘이경자 서울 반세기’를 책으로 묶을 수 있도록 출판사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수년째 쓰고 버리기를 되풀이하던 장편 소설을 끝내는 것도 목표 중의 하나! ❹ 문화예술의 첫 번째 기능은 사회와 세계, 그리고 개개인의 삶에 깃든 다양한 ‘경직’을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마침내 희망과 평화라는 피를 흐르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단은 바로 이런 일이 모든 장르에서 역동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그리고 문화예술의 흐름에, 억지나 억압이 생기지 않도록 균형을 잡고 길을 트는 일에 최적화돼야 할 것입니다. 다양한 우리 사회의 갈등을 직시하고 갈등을 푸는 일에도 재단 구성원들이 사명감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시평 시각예술가

❶ 신당창작아케이드에서 2년 차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업 공간과 전시 기회 등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매년 한 단계씩 성장해왔고요. 레지던시의 동료 작가님으로부터 “우리는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성장한 작가인 만큼 언젠가는 서울이라는 지역,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 기여하는 작가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세상을 좁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기억이 납니다. 서울문화재단이 마련해준 크고 작은 경험을 소중히 여기며, 저 역시 개인을 넘어서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재능을 환원하는 작가로 발전해나가고 싶습니다. ❷ 2025년은 제게 정말 뜻깊은 해였습니다. 청주국제공예공모전이라는 국제 무대에서 대상을 받았고, 이어 공예비엔날레에 작품을 소개하는 기회까지 얻어 더없이 영광스러웠습니다. 좋은 작가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좋은 사람으로서 깊이 소통하고, 아낌없이 베풀며, 진실한 관계를 쌓아가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우는 한 해였습니다. ❸ 2026년에는 기존의 대표작을 더 확장해나가는 동시에, 이를 하나의 큰 주제로 엮어내는 세계관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그러기 위해 특정 소재나 매체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자유로운 사고와 실험을 이어가며 ‘이시평’이라는 작가가 던질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벌써 다음 해가 기다려지네요. ❹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사회 전반에 깊숙이 자리잡으면서 예술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응용하는 실험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재료의 고유한 물성을 다루는 공예적인 작업 역시 꾸준히 재조명되고 확산되리라 생각해요. 익숙해서 잊혀지곤 했던 보편적 소재와 가치를 현대적으로 변용하면서, 현시대에 맞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태도가 무척 중요할 것 같습니다.

권아람 시각예술가

❶ 2015년 예술창작지원 사업에 처음 선정되며 서울문화재단과의 인연이 시작됐고, 그 덕분에 개인전 《불화하는 말들》을 열 수 있었습니다. 2023년엔 RE:SEARCH 지원사업 덕분에 현재 작업의 이론 배경과 핵심 질문이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2025년 예술창작지원으로 다시 개인전을 열었네요. 돌아보니 그간의 인연이 10년이나 됐네요. ❷ 크고 작은 개인전 준비로 바쁜 한 해를 보냈습니다. 개인전 《오브이오OVO》와 대전시립미술관 현대미술 기획전이 얼마 전 막을 내렸습니다. 4년 만에 연 개인전이었고 작품의 규모가 큰 편이라 새로운 작업을 구상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또 새롭게 인사를 나눈 분들이 많아 더욱 반가웠고요. ❸ 2026년 5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술매체아카이브 프로그램 전시로, 그동안 주요하게 탐구해온 기술 매체의 물질성과 비물질성의 관계를 건축적 구조로 확장해 다뤄볼 계획입니다. 그 외에도 작은 단체전이 예정돼 있습니다. ❹ 모든 분야에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생성 기술을 꼽아봅니다. 그동안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놀라움, 수용, 경계가 혼재해 있었다면, 2026년에는 이 현상이 일상으로 자리잡으며 아직 사회적으로 그리고 시대적으로 명료하게 정의되지 않은 기술 현상 자체에 대한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이 중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이듬 시인

❶ 2025년 여름 연희문학창작촌 입주작가로 생활하며 정원을 거닐던 나날이 올해의 가장 행복하고 평화로운 기억으로 남습니다. ❷ 지난봄, 제게 닥친 천재지변의 불운을 받아들이고 성찰하며 극복하는 방식을 통해 문학의 의미를 새롭게 알아온 해입니다. 2025년 11월에는 한국 작가를 대표해 싱가포르작가축제와 스톡홀름시축제Stockholm International Poetry Festival에 초청받아 참석한 경험이 가장 특별했네요. ❸ 2025년 연말 민음사에서 새 시집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한 계절이 지나갔다』가 출간됐고, 2026년 초에는 신간과 관련한 행사 계획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후에는 단편 소설 창작과 시 창작을 꾸준히 병행할 예정입니다. 연극배우인 지인의 요청으로 희곡 한 편을 착수하고자 하는 의욕도 있습니다. ❹ ‘소통’과 ‘공감’이 예술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로 여전히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월간 [문화+서울]이 그 역할을 잘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규철 시각예술가

❶ 서울문화재단의 발달장애 미술가 육성사업인 ‘우리시각’을 통해 소중한 인연을 맺었습니다. 사업 공고 이후 선정되기까지 간절히 기다리는 시간을 지났고, 선정 이후 진행된 개인 멘토링과 역량 강화 교육은 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인 멘토링을 위해 서울의 서쪽 끝과 동쪽 끝을 오가면서도 지치지 않고 즐겁게 다닐 수 있던 것은, 창작공간에서 느끼는 무언의 창작열과 긍정적인 에너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시각’ 사업의 참여 작가로서 서울문화재단과 우리금융미래재단에 감사드립니다. ❷ 개인적으로 2025년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성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교류하며 소중한 경험을 쌓았고, 이러한 시간과 경험이 앞으로의 창작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올해 처음 응모한 아르브뤼미술상에서 대상을 받게 돼 놀랍고 감격스럽습니다. ❸ 2026년에는 오랜 시간 꾸준히 그려온 육·해·공군 개체의 이미지를 활용해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계획입니다. 우선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디지털 작업을 진행하려 합니다. 또한 1월 중순에 예정된 아르브뤼미술상 수상자 전시에서는, 작품의 크기와 연작이라는 특성 때문에 그동안 선보이기 어렵던 작품을 전시할 예정입니다. ❹ 요즘 들어 ‘가능성’과 ‘한계’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립니다.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 지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 동시에 스스로 한계를 긋지 않도록 돌아보며, 그 안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박형진 시각예술가

❶ 개인전 지원을 시작으로 금천예술공장 입주까지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서울문화재단은 제게 두루 좋은 인연이 됐습니다. ❷ 작업의 시작이 된 작품으로부터 10년이 흐른 2025년은 그간의 작업을 둘러보고 살펴보며 글로 정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직 그림이 되지 못한 무언가를 갈망하며, 이대로 흘려보낼 수 없는 시간을 붙잡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중입니다. ❸ 2026년에는 호두나무 시리즈를 책으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변화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에는 뜬구름처럼 느껴지지만, 신작을 통해 무언가를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❹ 트렌드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각자의 세계를 묵묵하게 걷고 있는 동료와 선배 작가들을 보며, 이러한 꾸준함이야말로 예술과 삶을 잇는 본질적인 아름다움이 아닐지 생각하게 됩니다.

장혜림 무용가

❶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에서 진행한 워크숍의 순간이 깊이 남아 있습니다. 춤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분들도 많았고, 큰 기대 없이 참여했다고 말씀해주신 분들도 있었는데요. 그런데도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내면에 잠재된 열정과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났고, 서로의 눈을 마주하며 춤을 통해 자신을 가감 없이 발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시간은 뜨거웠고, 찬란했으며, 아름다웠죠. 열정과 헌신으로 기획한 직원분들께 특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❷ 며칠 전 지난 시간을 천천히 돌아보았습니다. 그동안 나는 많이 긴장돼 있었고,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나왔다는 사실을 마주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시간이 지나고보니, 내가 걱정한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흘러온 순간이 많았다는 것도 보이더군요. 최근 <제, 타오르는 삶>으로 유럽 5개국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기립박수로 화답하던 관객들,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 로비에서 우리를 기다리며 자신의 감상을 진실하게 나눠주던 순간들이 유독 소중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작품을 만든다는 것, 무대에 선다는 일이 나와 관객 모두에게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❸ 지난 11월, 프랑스에서 플라멩코 아티스트들과 특별한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서로의 춤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미래를 그리게 됐고, 그때 나눈 춤과 음악, 에너지는 지금도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 작업을 출발점으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이야기가 세상과 어떤 방식으로 호흡할지 기대하며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❹ ‘존재’에 관한 질문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 질문의 한가운데에 서 있고요. 기술의 발전으로 변화하는 사회적 현상과 그 안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지, 급변하는 생태계 앞에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그리고 예술과 예술가는 그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는지, 여러 고민은 나의 오랜 화두이자 동시에 지금 이 사회가 던지고 있는 메시지라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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