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와 아르카지나를 위한 예술인 재교육
배우에게는 지속적으로 작업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함께 익히고 공유하는 자리가 돼왔다.
‘갈매기’는 배우라면 누구나 공연해보고 싶어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 속에서 두 명의 직업 배우가 나온다. 니나, 그리고 아르카지나. 배우들에게 이 두 인물은 꼭 도전해보고 싶은 배역으로 알려져 있다. 젊은 배우들은
‘인간, 사자, 독수리, 뇌조…’를 연기하는 극중극 니나의 자리에서 그 어색함을 표현해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조금 나이가 든 배우라면 코스차의 연극이 시작될 때, “오, 햄릿, 그만해다오. 너의 말이 내 두 눈으로
내 영혼을 들여다보게 하는구나”라며 과장된 톤으로 거트루드를 연기하는 아르카지나의 자리에 서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실제 배우들이 이 어색함과 과장됨을 연기하고 싶어 하는 것과는 달리, 연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 배우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니나와 배우술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옛 명성에 안주하는 배우 아르카지나에게는,
무언가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 연극인으로서 자신을 지속시키기 위한 힘을 주는 기회로서의 교육을 ‘연극인 재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면 니나는 별장촌의 거친 무대가 아닌
모스크바 극장의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고, 아르카지나는 새 연극을 꿈꾸는 아들의 연극을 이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평생교육’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일정 분야의 교육을 받고 그 교육의 연장선에서 직업 생활을 생의 한 사이클 보낸 후, 여가로서의 삶이든 재취업을 위한 동기로든 간에 지속적인 교육을 강조하는 용어다. 물론 최초로
고등교육을 받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한 분야의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습득하는 직장 내 교육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그런데 예술 영역에서, 특히 공연예술처럼 자신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있는 그대로
노출해야 하는 경우라면, 대학 혹은 그에 준하는 경험 속에서 받은 최초의 교육에서 비롯한 기초 자양분으로 이 지속적인 도전을 감당하는 일이 쉽지 않다.
더욱이 일반적인 직장에서는 직급과 역할이 구분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요구되는 업무가 달라지지만, 배우에게는 신인일 때나 경력이 꽤 쌓였을 때도 항상 동일한 위치에서 경쟁하고 협력해야 하는 것이 무대라는 삶의
조건이다.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는 연출가 혹은 작가를 만나 두 달이 채 안 되는 연습 기간 새로운 도전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더욱이 혼자서가 아니라 다른 배우들과 화음을
이루도록 자신을 조율해야 하므로 배우에게는 지속적으로 함께 작업하는 자리workshop가 필요하다.
연극인 재교육은 공연이 아닌 형식으로, 함께 작업하는 자리다. 그리하여 니나와 아르카지나를 사실적으로 연기하든, 니나와 아르카지나를 위한 다큐멘터리 연극을 만들든 현재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함께 익히고 공유하는
그런 자리다. 배우가 지속될 때, 좋은 연극이 지속된다.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연기를 통해 배우가, 그리고 연극의 질이, 그리하여 연극과 함께하는 관객이 모두 향상된 삶을 갖는 그런 시간을 향해 지속돼야 할 것이다.
글 조만수 충북대학교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