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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8월호

2012-2025,
정체기를 거쳐 재도약하기까지

결국 플레이업 아카데미의 지난 세월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의 축적이 아니라, 연극 창작자의 성장과 역량 확장을 위한 꾸준한 실천의 시간이었다.

서울문화재단 플레이업PLAY-UP 아카데미는 연극인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2012년 연극배우를 대상으로 시작된 이래, 14년간 연극을 둘러싼 이들과 함께하며 전문가 대상 예술교육 사업의 한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프로그램은 초기에 배우 중심의 교육에서 출발했으나, 점차 극작·연출·기획 등 연극 창작 전반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단순한 기술 전수를 넘어, 창작자 간 교류와 실험이 이루어지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며, 연극 현장의 변화와 요구에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플레이업 아카데미를 통해 다양한 배경의 연극인이 함께 배우고 소통하며 창작 역량을 확장해온 지난 시간은 개인의 성장을 넘어, 창작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공공기관과 예술계가 함께 모색해온 과정이기도 하다. 오늘 이 글을 통해 2012년부터 2024년까지의 운영 과정을 되짚으며 그 의미와 변화의 흐름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시작,
연극배우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2012년 연극배우를 대상으로 한 현장 밀착형 재교육을 목표로 ‘연극인 재교육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는 국내 공공기관에서 연극배우를 대상으로 처음 시도한 체계적인 재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참여자 수는 80여 명, 프로그램 수는 6개로 소규모였지만 상징성과 실험성이 높았고, 특히 대학 교육과 실질적인 연기 활동 사이 사각지대를 메우려는 시도가 연극계의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듬해인 2013년, 현재까지 쓰이고 있는 사업명 ‘플레이업 아카데미’를 정식으로 채택하고, 본격적인 프로그램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또한 축적되는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강사를 발굴하고 참여자 중심의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비결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성장,
배우를 넘어 모든 창작자까지

2014년 이후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빠르게 성장했다. 2014년에는 수강생이 100명을 돌파했고, 프로그램 수와 운영 횟수 또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5년부터는 배우뿐만 아니라 극작가와 연출가·기획자 등 연극 생태계 전반의 다양한 연극 분야 창작자들을 교육 대상으로 포함하기 시작했다.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참가자들은 단순한 ‘재교육’을 넘어, 프로그램 기간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네트워크와 협업의 기회를 찾고 새로운 창작의 기회를 만들어갔다.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참가자들이 자발적인 스터디 모임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프로그램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로 희곡 공모에 당선되는 등 창작 활동의 성과가 이어졌다. 이처럼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초창기 배우 재교육에서 더 나아가 연극 창작 생태계의 실질적인 교육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 시기의 또 하나의 두드러진 변화는 프로그램의 구조화다. 다양한 수요층을 분석하고 이에 맞춘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정규 과정’과 특정 메소드를 심도 있게 다루는 ‘심화 과정’, 새로운 주제를 소개하고 향후 정규 과정 개발을 목표로 하는 ‘특별 과정’ 등으로 세분된 프로그램 체계를 마련했다. 참여자는 자신의 경험과 필요에 따라 맞춤형 학습 경로를 선택할 수 있고, 기획자는 새로운 시도와 함께 교육의 연속성과 심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러한 구조화는 플레이업 아카데미가 단기 워크숍 중심의 일회성 교육을 넘어 장기적인 성장과 창작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정체,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은 플레이업 아카데미에도 큰 타격을 안겨주었다. 특히 대면을 통해 감정과 호흡을 주고받는 연극 워크숍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비대면이 강제되면서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웠다. 여기에 더해 노후화된 서울연극센터의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되면서 워크숍 공간은 사용이 제한됐고, 이에 따라 프로그램 운영은 불가피하게 축소됐다.

결국 모든 수업이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됐지만, 현장에서의 교감과 즉흥성을 중시하는 연극의 특성상 온라인 수업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가능한 방식 안에서 실험과 조정을 거듭하며 교육의 맥을 이어갔다.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글쓰기 워크숍과 연출 관련 토론 프로그램을 확대했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점차 완화되면서부터는 대학로 곳곳의 공간을 섭외해 대면 현장 수업을 소규모로 이어갔다.

재도약,
재개관과 확장

2023년 들어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되고 일상 회복이 본격화됐다. 같은 해 4월 서울연극센터는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했으며, 이는 플레이업 아카데미 운영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새롭게 조성된 스튜디오 시설은 마룻바닥에 조명·음향 시스템이 갖춰져 워크숍에서 나아가 결과 발표까지 포함하는 심도 있는 프로그램 기획을 가능하게 했다.

2024년에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결과 발표를 염두에 둔 프로그램이 다수 운영됐으며, 7회에 걸친 결과 발표 및 쇼케이스가 진행됐다. 이는 참가자에게는 완성도 높은 창작 경험을 제공했고, 참가자가 아닌 창작자·학생·일반 시민에게도 플레이업 아카데미의 운영 방향과 성과를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

공간 확장 역시 중요한 변화였다. 이전보다 넓고 쾌적해진 환경은 더 많은 수강생의 참여를 가능하게 했으며, 결과적으로 양적 확대로 이어졌다. 2024년에는 124회의 교육, 32명의 강사, 442명의 수강생이 참여해 아카데미 사상 최대 규모로 운영됐다. 또한 팬데믹 이전부터 이어진 ‘정규-특별-심화’ 과정 구조는 유지되면서도, 서커스·거리예술·판소리·인형극 등 타 장르와의 융합 프로그램이 새롭게 시도됐고, 참가자 및 강사진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 시기 가장 주목할 점은, 플레이업 아카데미가 재개관 이후 서울연극센터 공간 활성화와 연극인의 접근성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882명의 연극 창작자가 서울연극센터를 3,922회 방문했고, 1인당 평균 체류 시간은 약 3시간에 달했다. 교육 프로그램을 계기로 서울연극센터를 처음 방문한 창작자들은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이 공간을 찾고 있다. 이들은 이곳을 편하게 드나들며 회의하거나 동료들과 정보를 교류하는 등 서울연극센터를 창작과 만남의 거점 공간으로 인식하게 됐다. 이러한 흐름은 교육을 통해 확보된 관계와 경험이 공간으로 이어지며, 서울연극센터가 일상 속 창작자들의 열린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결국 플레이업 아카데미의 지난 세월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의 축적이 아니라, 연극 창작자의 성장과 창작 역량 확장을 위한 꾸준한 실천의 시간이었다. 해마다 달라지는 창작 환경 속에서도 연극인의 필요를 가장 가까이에서 포착하고,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온 이 사업은 단기적 성과를 넘어, 공공기관이 예술 현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플레이업 아카데미가 연극 창작자들에게는 실질적인 배움과 실험의 장으로, 그리고 서울연극창작센터는 활력 있는 창작의 거점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한다.

김상근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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