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언어로 내일을 비추다
서울연극창작센터 개관 페스티벌
문이 열리고, 연극의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질 이곳에서 3월 20일부터 4월 26일까지 열리는 개관 페스티벌은 연극이 걸어갈 길을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극단 하땅세의 오브제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 ⓒACCF
다가오는 3월 20일, 서울연극창작센터가 드디어 문을 연다. 성북구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인근 서울연극창작센터는 기존 대학로 중심의 연극 생태계를 확장해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대학로극장 쿼드)-서울연극센터와 연결되는 공연예술벨트를 구현하는 새로운 연극 창작의 거점으로 자리잡고자 한다. 연극 제작의 초기 단계부터 공연까지 모든 과정을 종합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향후 연극인이 이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실험하며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서울연극창작센터의 핵심 공간으로는 블랙박스 극장 ‘서울씨어터 제로’와 프로시니엄 극장 ‘서울씨어터 202’가 있다. 정식 운영에 앞서 모니터링을 통해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지난 1월과 2월 두 편의 시범공연을 올렸다. 이 극장은 3월부터 시작될 개관 페스티벌을 통해 비어 있는 공간을 무한한 가능성으로 채우는 연극 전용 극장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 외에도 센터 내부에는 연극 관련 자료를 열람하고 휴식할 수 있는 ‘연극인라운지’, 연극 분야 예술인과 단체가 안정적인 활동 기반을 다지고 협업·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유 사무실 ‘연극인오피스’가 마련돼 있다. 또한 공연물품 공유 플랫폼 ‘리스테이지 서울’,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한 연습실 및 프로젝트 룸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연극 창작 활동을 폭넓게 지원한다. 특히 서울연극창작센터는 많은 연극인이 거주하는 성북구에 위치해 지역적 특색에 맞게 조성된 공간이기에 연극계의 큰 기대와 관심을 끌고 있다.
센터 외부에는 인근 주민의 편의를 위해 설계된, 건물 전체를 가로지르는 계단 통로와 엘리베이터가 운영되고 있다. 또한 공간을 방문하는 누구나 휴식 공간으로 조성된 옥상공원과 야외마당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곳곳에서 상시로 야외 공연이 펼쳐져 시민이 예술을 편하게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
오프닝 공연으로 선보이는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Aejin Kwoun
‘무한의 언어로 내일을 비추다’를 주제로 한 개관 페스티벌은 연극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조명하며, 이를 통해 동시대의 삶을 투영한다. 또한 서울연극창작센터가 연극의 오늘과 내일을 잇는 공간으로 자리하도록 그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센터는 무한한 상상력과 실험 정신을 바탕으로 연극의 경계를 확장하며, 과거와 현재·미래를 연결하는 첫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3월 20일,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로 개관 페스티벌의 막이 오른다. 이 작품은 남성 중심의 우리 문학계에서 ‘대중문학의 원조’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천재 여류 작가 김말봉의 대표작 세 편을 각색한 연극이다. 1930년대 멜로드라마 특유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음악극 요소와 코믹 요소를 결합해 감각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연극의 본질과 예술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예술적 예술>은 ‘공연 심의 쇼케이스’라는 독특한 형식을 가정한다. 극장에서 관객은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직접 심의위원이 돼 ‘연극’과 ‘예술’의 의미를 사유하게 된다. 오브제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은 시공간을 초월한 개인의 삶을 조명한다. 섬세한 연극적 표현과 신선한 무대 연출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관객들에게 잊힌 기억을 되살려낼 것이다. <이것은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는 ‘결혼’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9명의 인물이 얽히고설키는 과정을 통해 관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초초초현실적’ 연출을 바탕으로, 인간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페스티벌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맹>은 현대판 맹진사댁 경사 이야기다. 국악기를 비롯한 모든 생물과 무생물의 소리를 육화하며, 연극이 가진 본능적이고 감각적인 매력을 극대화한다. 이와 함께, 한국 희곡사의 중요한 인물인 고故 윤대성 작가의 작품을 조명하는 특별 주간도 마련된다. 그의 대표작을 다시 읽으며 그가 한국 연극사에 남긴 깊은 흔적과 메시지를 되새겨보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극장에서의 공연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과 예술인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곳곳에서 진행되는 자유로운 형식의 프린지 공연, 연극인을 위한 신체 훈련 워크숍, 센터의 전 공간을 탐방하는 투어 프로그램 등 평일부터 주말까지 다채로운 행사를 만나볼 수 있다. 공연 예매는 인터파크 티켓에서 가능하며, 자세한 소식은 서울연극창작센터 인스타그램(@stcc_2024)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극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창작집단 오늘도 봄 <예술적 예술>
서울연극창작센터는 단순히 공연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연극 창작의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실험의 장이다. 3월 20일부터 4월 26일까지 열리는 개관 페스티벌은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닌 연극이 걸어갈 길을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센터는 이제 이곳에서 탄생할 새로운 이야기, 그리고 이를 함께 만들어갈 창작자와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센터의 문이 열리며 연극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이 실제로 펼쳐질 이곳에서, 우리는 앞으로 수많은 이야기가 탄생하고, 관객과 창작자가 함께 그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모습을 기대한다.
개관 페스티벌 이후 서울연극창작센터에서는 기존 대학로에서 진행하던 다양한 연극제의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또한 연극인의 창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문 워크숍(서울연극센터 플레이업 아카데미 심화 과정)과 창작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좀 더 체계적인 창작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문 연극인에게 실질적인 창작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시민이 수준 높은 공연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해나갈 것이다. 이번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연극인이 창작의 꿈을 실현할 플랫폼을 열고, 수많은 무대와 이야기를 탄생시킬 것이다. 이곳에서 펼쳐질 새로운 연극의 시대를 누구보다 먼저 경험해보기를 바란다. 서울연극창작센터에서 시작될 무한한 이야기가 우리의 내일을 비출 것이니.
글 허자영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창작센터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