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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11월호

예술과 기술의 바다로

전시 제목의 ‘2084’는 백남준이 1984년 선보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100년 후를 참조한다.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작가들은 자유로운 창작 속에서 또 어떤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을까?
“이 행성을 지구earth(땅)라고 부르는 것은
참으로 부적절하다.
이곳은 분명히 ‘바다’다.”

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e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Unfold X 2024 《2084: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가까운 미래인 2084년을 배경으로 삼아 현시대를 고고학적으로 재조명하고자 한다. 테크놀로지가 만드는 새로운 시공간의 영역에서 과거·현재·미래가 연결되며, 마이크로 생태계에서 우주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을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추적한다. 이 전시는 미래 세대, 혹은 외계의 존재에게 현재를 이야기로 전하는 서사시와도 같다. 근미래에 지구를 방문한 외계의 생명체가 작가들의 작품으로 2024년을 조합하고 추측한다면 현재의 단면은 어떤 모습일까?

100년 전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 애환 등 삶의 이야기를 실어 나른 구서울역사는 미래의 시선으로 현재를 돌아보는 타임캡슐로 변모한다. 전시 작품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머신러닝, VR· AR·XR, 로봇, 양자 컴퓨팅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미래 지향적 작품이면서 지극히 현재를 반영하고, 역사를 참조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 자연을 점령해온 인간 중심의 사고를 반성하고, 기후 변화, 동물·자연·비인간 중심으로 세계의 인식을 확장하며, 발을 딛고 서 있던 땅을 벗어나 심해나 우주, 양자역학 등 우리의 인지와 지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상상하고 구성하는 경향도 보인다.

전시는 ‘고래의 노래’, ‘시공의 함선’, ‘미래의 유적’이라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이는 작가들의 작품으로부터 시작되는 서사의 흐름이자, 기술의 진보와 시대의 변화라는 급격한 바람에 떠밀려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문화역서울284 공간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이는 뚜렷한 구분이 아닌 느슨한 은유로, 작품은 이 갈래를 넘나든다.

#1

‘고래의 노래’는 소리sound를 주요 매체로 사용해 파장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경험을 생성하는 작품을 모았다. 고래는 지구상의 가장 거대한 생명체로서, 심해와 수표면을 수직으로 오가며 양분을 순환하고, 하나로 연결된 바닷속 전 지구를 헤엄치고 누비며, 고대로부터 현대까지의 이야기를 노래로 전달하는?수직·수평적으로 시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징적 존재다. 작가들은 바람·하늘·나무·물 등 자연의 법칙과 기술의 결합을 시도한다. 자연을 지배하고자 한 인간 중심적 사고에 대한 반성을 드러내며, 인공물과 생명체 사이의 간극이 줄어든 기묘한 중간자를 생성하기도 한다. 시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심해 속 고래처럼, 고대와 현대, 인공과 자연, 삶과 죽음, 인간과 비인간의 간극을 잇는 작업을 선보인다.

#2

‘시공의 함선’은 심해, 우주,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 견고한 땅과 물질의 세계를 넘어 유동적인 현실 속에서 경계를 실험하는 작품들이다. 함선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베셀vessel’은 바다 위의 선박, 부유하는 플랫폼, 바지선처럼 유동적인 것 위에 떠 있는 것을 의미하며, 우주로 의미를 확장해 우주선이나 우주 정거장을 뜻하기도 한다. 작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현실을 드러내고, 가능태의 세계를 구상해 또 다른 현실을 창조하며, 심해와 우주로 시선을 돌리며 상상력의 한계를 넓힌다. 또 인공지능이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로 구성한 현실과 같은 이미지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지각하고 인식하는 세계만이 진실이 아님을, 진실은 유동적일 수 있음을 우리에게 확인시킨다.

#3

‘미래의 유적’은 미래 세대나 외계의 존재가 현재를 파헤친다면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지 상상하며 작품을 통해 그 흔적을 추적한다. 작가들은 과거의 역사나 현재를 작품에 끌어들이며 급진적으로 새로운 미래로 한 걸음 나아가기도 한다. 인류에 의해 지질적 차원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면에서 우리 시대를 ‘인류세’라고 말하는데, 기술에 의해 지구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면에서 ‘기술세’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인류는 도구를 사용하면서 급진적으로 지능이 발전했고, 문화가 발전했다. 이러한 인간-도구-기술-비인간 존재의 관계로 이뤄지는 기술·감각·사회적 맥락을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2084: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2084’는 백남준이 1984년 선보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100년 후를 참조한다. 백남준은 당시 가장 첨단 기술인 인공위성으로 전 세계 주요 방송국을 연결하는 국제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는 전 세계 주요 도시와 인사를 연결하며 전 세계가 통합된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거대한 퍼포먼스이자 한판의 굿이었다. 또 근대화의 신호탄이던 서울역(당시 경성역)이 문을 열던 때와 비슷한 시기, 1924년 문화계에서는 고한용이라는 젊은 작가가 동아일보를 통해 ‘다다이즘’을 선언하며 한국 모더니즘의 새 시대를 열었다. 이는 이전 문화와는 급진적으로 다른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1924-1984-2024-2084, 이 시간대를 엮으며 문화역서울284 내 시간의 기차는 달린다. 1924년 식민지 시대의 암흑 속에 희미하게 새 시대를 여는 빛이 비쳤다면, 2024년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작가들은 자유로운 창작 속에서 또 어떤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을까? 여러 시간과 공간, 문화와 역사가 이곳에서 접힘과 펼침을 반복하며 새로운 지층을 구성한다. 도구를 사용하며 발전해온 인류의 역사에서 지금 우리 손에 쥐어진 도구(테크놀로지)는 무엇이며, 우리는 이것으로 무엇을 이루어낼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질문하고 상상해본다.


  •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 2024
    《2084: 스페이스 오디세이》

    11월 7일부터 30일까지 *월요일 휴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 | 문화역서울284



박소현 협력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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