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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전환의 시대, 극장과 기록

팬데믹을 견디고 2022년 탄생한 대학로극장 쿼드, 혼돈의 시대를 살아내는 극장의 오늘을 기록했다.

ⓒStudioAL

극장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과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이 결합하는 공간으로서 극장은 결합의 형태에 따라 진화하며 고유한 에너지를 감각할 수 있게 된다. 사전적 의미(‘극장’이란 연극이나 음악, 무용 따위를 공연하거나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무대와 객석 등을 설치한 건물이나 시설)로서의 물성만이 아닌, 중첩되는 에너지로 극장은 고유한 상징성을 나타내고 유기체가 되어간다.

극장 ‘쿼드’는 팬데믹이라는 혼돈의 시대에 탄생했다. 어쩌면 ‘탄생’이라는 표현보다는 ‘전환’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할 수도 있겠다. 기존에 자리했던 프로시니엄 무대 형식의 일부 골격을 남겨둔 채 블랙박스 형식으로 개조한 극장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다가오는 시대를 마주하며 극장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고민은 ‘극장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에서 시작한다. ‘어떠한 극장이어야 하는가’나 극장의 계보를 연결 짓는 작업은 그 이후에 이뤄진다.

‘쿼드quad’는 사각 형태의 공간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특정 가치나 방향성에 제한되지 않는 무한한 가능성을 나타낸다. 치열한 토론의 대학 공론장이기도, 특별한 놀이와 축제의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텅 빈 사각의 블랙박스 극장은 창작자의 실험적인 영감을 자극하고 그들이 채우는 에너지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된, 변칙적인 무대예술을 감각할 수 있게 한다. 더구나 극장 쿼드는 프로시니엄 극장의 구조를 일부 활용하고 있어 극대화된 물리적 환경이 창작자로 하여금 예술적 실험에 대한 도전적 욕망을 증폭시킨다.

전환된 극장이 담아낼 수 있는 것, 담아내야 하는 것
쿼드의 기획자들은 먼저 극장이 소화해낼 수 있는 에너지를 가늠하기 위해 물리적 장점을 최대화하는 실험 작업을 시도했다. 2023년 첫 작품 <다페르튜토 쿼드>는 무대와 객석, 창작자와 관객의 경계를 없애며 새로운 연극의 작법을 제시했다. 마치 창조주의 시선과도 같은 적극의 연출은 극장 쿼드가 담아낼 팬데믹 이후의 공연 형태에 대한 고민과 극장의 건축 구조에서 상상한 장면들을 무대 위에 표현해냈다. 이후 안무가 황수현은 <Zzz>를 통해 개인적 행위인 ‘잠’을 사회적 행위로 전위시켜 대안적인 감각의 발생과 수용을 실험하면서 공동의 경험이 발생하는 장소로서의 극장을 탐구했다. 이 두 편의 프로듀싱producing 프로그램은 2022년 발표한 <2022 휘이잉>(안무·연출 송주원), <환등회>(공동 창작 공영선·목소·엄지은·여다함·전진모·최윤석)와 결을 같이 한다.

또 다른 시도로 기획자들은 ‘(동)시대성과 세대성이라는 담론을 어떻게 풀어내야하는가’를 놓고 8명의 예술가를 만나 큐레이션 해 보기로 했다. 창작진은 각기 다른 표현 방식으로 기존 작업을 개조하거나 새로운 영감으로 극장을 채워주었다. ‘쿼드초이스Quad Choice’는 안무가 안수영·안성수·박호빈·안은미, 연출가 신유청·김우옥, 아티스트 그룹 무토, 판소리 공동창작그룹 입과손스튜디오와 함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며 담아내는 동시대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8편으로 프리젠팅presenting한 프로그램이다.

일련의 고민들은 연극 <신파의 세기The scene far from the 20th century>(작·연출 정진새)를 제작하며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된다. 정진새는 한국 대중 서사의 주요 정서로 고착된 ‘신파’의 당대성을 특유의 재치있고 날카로운 대사로 풀어내며 우리의 현재를 고찰해보는 극으로 연출했다.

앞선 작품과는 다른 맥락으로 극장 쿼드는 ‘쿼드여름페스타’, ‘쿼드겨울클래식’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극장의 또 다른 쓰임을 실험하고자 했다. 완전히 비운 무대 한가운데에 돌출 무대를 만들어 씨피카·이디오테잎·TRPP·실리카겔·ADG7의 강렬하고 다이나믹한 사운드를 감각해볼 수 있는 극장형 뮤직 페스티벌을 시도했으며,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의 공연으로 블랙박스 극장에서의 또 다른 가능성을 실험했다.

이렇게 2023년 극장 쿼드는 31편의 작품 발표, 138회 공연, 관객 13,469명, 공연장 가동률 94.2%, 사업 수지율 15%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또한 제60회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쿼드 제작 <다페르튜토 쿼드>(연출 적극)), 2023 한국춤평론가상 작품상(쿼드초이스-박호빈 안무 <돌연,>), 무용 월간지 ‘몸’ 올해의 베스트 작품 선정(쿼드 제작 <Zzz>(안무 황수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환의 시대에 전환된 극장이 풀어야 하는 과제는 생각보다 녹록지 않고, 새로운 극장이 부응해야 하는 것과 수용할 수 있는 것의 간극은 크다. ‘어떠한 극장이어야 하는가’, ‘무엇을 하는 극장인가’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극장 쿼드 기획자들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고, 우리는 그 고민을 지금까지 만나온, 앞으로 만나게 될 현장의 창작자들과 함께 풀어나가고자 한다.
2024년 쿼드는 ‘전환’에 더욱 주목한다
올해 ‘쿼드초이스’의 큐레이션을 함께할 창작진 12명에게 기획자들은 ‘본질’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기존 작업을 넘어 다른 방향으로 바꿔보는 작업’을 요청했다. 이는 ‘본래의 것’을 유지하며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닌, ‘감각의 전환’을 일으킬 수 있는 작품으로의 연출을 의미한다. 보편적인 방법으로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또 다른 ‘전통’으로의 전환과 ‘무용’으로의 전환, 그리고 또 다른 ‘연극’으로의 전환이 쿼드에서 시도될 예정이다.

지난 4월 허윤정은 ‘AI와의 즉흥’이라는 새로운 실험으로 전통 악기 거문고의 에너지를 미래예술의 세계로 연결지었고, 박다울·박우재의 조합이 연주해낸 거문고의 세계는 극장 쿼드의 무대를 대립과 공존이 가득한 커다란 우주로 증폭시켰다. 김율희·황민왕·Jundo는 판소리 ‘춘향가’를 가져와 인간의 음(판소리), 국악기의 음, 전자음의 조합으로 세련된 ‘한판’을 벌여 전환의 감각과 가치를 경험하게 해줬다.

지금 극장 쿼드는 <다른, 춤을 위해>를 준비하고 있다. 인간의 몸으로 구현할 수 있는 미학적 극치를 6명 안무가가 각자의 춤과 감각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윤별(발레)·김재덕(현대무용)·정보경(한국무용) 그리고 이루다(발레)·금배섭(현대무용)·장혜림(한국무용)으로 이뤄진 6명의 무용 군단이 해석해낼 춤의 전환을 통해 극장의 또 다른 가능성을 탐구하게 될 것이다.

쿼드에서 제작되는 공연 프로그램 북 마무리 페이지에는 담당 기획자의 에필로그가 실린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내며 극장과 극장의 사회적 기능, 그것의 예술적 실천에 대해 창작진과 고민해나가는 과정, 그 결합에서 오는 에너지들을 ‘극장과 기록log&theater’을 통해 남기고 있다. 이 글 또한 같은 맥락임을 밝히며 마친다.
  • 극장과 기록 LOG&THEATER

    ‘극장과 기록’은 극장 쿼드 제작공연 프로그램 북 에필로그 페이지의 제목이기도 하다.
    극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으로 연결돼 있는 창작자와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만든 페이지다. 담당 기획자들은 하나의 작품이 준비되고 무대가 채워졌다 비워진 후에도 기억될 시간을 남겨가고 있다. 이것은 통상적으로 불리우는 작품노트 혹은 제작일지와는 다른 쓰임이고자 하며, 따라서 상당히 필자의 전지적 시점으로 쓰인 글임을 전제한다.

안미영 서울문화재단 공연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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