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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5월호

노들섬에서 만나는 서울서커스 페스티벌의 모든 것

팬데믹과 이상 기후로 지난 몇 년간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서울서커스페스티벌이 올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돌아왔다.

서울문화재단이 진행하는 국내 유일의 서커스 축제 ‘서울서커스페스티벌’이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한다. 2018년 5월, ‘서커스 캬바레’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한 축제는 서울서커스페스티벌로 이름이 바뀌었고, 문화비축기지에서 시작해 열린송현녹지광장을 거쳐 노들섬으로 장소도 옮겨 왔다. 그간의 이야기를 품은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한층 더 다채롭게 돌아온 올해 축제를 살펴보자!

거슬러 짚어보는 서커스의 역사

‘서커스Circus’의 어원은 고대 로마 시대에 가장 큰 전차 경기장으로 알려진 키르쿠스 막시무스Circus Maximus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로마인들은 이 거대한 원형 경기장에 모여 전차 경주뿐만 아니라 검투사 대결, 승마 경주, 동물 사냥 등 다양한 종류의 경기를 오늘날의 공연처럼 즐겼다고 한다. 현대적 의미에서 서커스의 기원은 18세기 영국의 애스틀리 원형극장Astley’s Amphitheatre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원형극장의 주인이자 승마 전문가였던 필립 애스틀리Philip Astley는 처음엔 본인이 직접 말 위에 올라타 음악에 맞춰 곡예를 펼치는 서커스 공연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후에는 당시 극장에서 막간극으로만 활용되던 줄타기, 광대극, 곡예 쇼 등을 원형극장 안으로 모두 불러 모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하나의 서커스 공연으로 만들었다. 고대 로마인들이 원형 경기장 안에서 다양한 쇼를 관람했던 것처럼, 당시 사람들은 원형 천막 극장 안으로 모여 기상천외한 서커스 공연을 즐겼다. 이후 서커스의 흥행은 100여 년에 걸쳐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19세기 중반, 서커스는 이제 바다 건너 미국 땅을 밟는다. 우리에게는 영화 <위대한 쇼맨>의 실제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Phineas Taylor Barnum이 이끄는, 이른바 ‘지상 최대의 쇼’를 통해 서커스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맞이한다. 이후 영화와 TV가 등장하고, 동물 학대 문제가 지속됨에 따라 서커스는 쇠퇴의 길을 걷지만, 20세기 중반에 프랑스와 캐나다 몬트리올을 중심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이 시기 서커스는 국가의 예술정책으로 지원을 받고, 전문 양성학교가 설립되며, 대형 공연단체가 생겨나면서 이제 상업적인 성공을 넘어서 예술의 한 장르로서 인정받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 프랑스의 ‘컴퍼니 XY’ 같은 단체가 컨템퍼러리 서커스라 불리는 오늘날의 서커스를 이끌고 있다.

한편 서커스의 원형은 굳이 먼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상모를 돌리며 공중을 날아다니고, 부채를 펼쳐 밧줄을 타며, 긴 막대로 대접을 돌리는 재주꾼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우리 고유의 공연이 있다. 바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남사당놀이’다. 신라 시대부터 유래했다고 알려진 민중 놀이패는 조선 후기에 들어 남사당패로 발전했다. 40~50명으로 구성된 남사당패는 꼭두쇠라고 불리는 우두머리의 지휘 아래 풍물(농악)·버나(대접돌리기)·어름(줄타기)·살판(공중제비) 등 다양한 기예를 펼치며 전국 각지를 유랑했다. 이는 마치 여러 재주꾼을 원형 극장 아래 한데 모아 공연을 펼치던 서양 서커스의 유래와 닮은 모습이다. 어쩌면 서커스는 어느 한쪽의 문화권에서 유래하고 발전한 전유물이 아니라, 기이한 재주와 묘기를 보고 원초적인 즐거움을 느끼는 우리의 본능에서 출발한 문화가 아닐까?

서울서커스페스티벌, 지난 축제의 기록
  • 2018

    서커스 캬바레
    5월 12일부터 13일까지
    문화비축기지
    11,684명 관람

  • 2019

    서커스 캬바레
    5월 4일부터 6일까지
    문화비축기지
    71,181명 관람

  • 2020

    서커스 캬바레&캬라반
    9월 18일부터 27일까지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문화비축기지
    7,989명 관람

  • 2021

    서커스 캬바레&캬라반
    9월 3일부터 5일까지,
    17일부터 26일까지
    문화비축기지
    7,360명 관람

  • 2022

    서커스 캬바레&캬라반
    9월 9일부터 12일까지,
    17일부터 25일까지
    문화비축기지
    23,086명 관람

  • 2023

    서울서커스페스티벌
    5월 5일부터 7일까지
    열린송현녹지광장
    51,500명 관람

2018~2019 서커스 캬바레

국내 유일의 서커스 및 거리예술 전문 교육·창작지원·연습공간인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의 운영 3년 차를 맞아 국내 최초의 서커스 축제인 ‘서커스 캬바레’를 개최했다. 이에 국내외 다양한 서커스 공연을 통해 마포구 소재 문화비축기지를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했고, 서커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관련 학술행사, 오픈 포럼, 아시아 서커스 관련 기관 네트워크 발족 행사 등을 진행했다.

창작그룹 노니 <둥글게 둥글게>(2018)

2020~2022 서커스 캬바레&캬라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축제 시기를 5월에서 9월로 옮기고, 관람 인원을 조정하여 운영 규모를 축소하는 등 제한적으로 운영했다. 특히 2020년에는 드라이브 인Drive-In 방식으로 축제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으며, 이후 철저한 방역 조치와 함께 사전 예약을 통해 안전하게 축제를 운영했다.

컨컨 <도시조류도감>(2022)

2023 서울서커스페스티벌

축제 이름을 ‘서울서커스페스티벌’로 변경하고 더 많은 관객을 맞이하기 위해 열린송현녹지광장으로 이동했다. 공연 프로그램 외에 마련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플리마켓 등이 인기를 끌었다.

뱅상 바랭 <해질녘>(2023)

미리 만나는 2024 서울서커스페스티벌

푸른 잎이 돋아나고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5월, 올해도 서울서커스페스티벌이 찾아온다. 2018년 처음 개최된 이래 축제는 2020년부터 3년간 팬데믹의 영향으로 축제 날짜를 옮기거나, 관람 인원을 제한하거나, 공연 규모를 축소하는 등 여러 힘든 조건을 버텨왔다. 그리고 2023년, 다시 본격적인 재개를 위해 준비했으나 이번에는 야속하게도 거센 비바람이 축제의 발목을 잡았다. 축제가 진행되는 3일 중 하루 하고도 반나절 동안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거의 절반에 가까운 공연이 끝내 관객을 만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튿날 오후부터 비가 그치며 해가 들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다렸다는 듯 수많은 관객이 열린송현녹지광장을 찾아 축제를 즐겼다.

지난 축제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올해는 더욱 치밀하게 운영을 준비했다. 2024년 서울서커스페스티벌은 가정의달이자, 어린이날이 있는 5월 4일부터 5일 이틀간 용산구에 위치한 노들섬에서 진행한다. 축제의 새로운 장소인 노들섬은 실내 공연장(라이브하우스)이 있어,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에도 실내에서 계속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축제 프로그램 역시 더욱 풍성하고 알차게 구성했다. 올해 공연 프로그램의 테마는 ‘서커스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다. 전통연희부터 근대 서커스와 현대 서커스까지, 시대에 따라 변화해온 서커스의 변천사를 축제 공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공연 외에도 서커스를 소재로 한 전시와 영화 상영이 준비돼 있으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퍼레이드와 플리마켓,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축제 공간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진지&에베르트얀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공연 프로그램

올해 서울서커스페스티벌의 공연 프로그램으로 총 17편의 다채로운 작품이 준비돼 있다. 먼저 전통연희로 연희집단 The 광대의 <도는 놈 뛰는 놈 나는 놈>을 통해 풍물놀이·사자춤·남사당놀이 등 우리 고유의 재주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다음으로 근대 서커스로 넘어가, 우리나라 서커스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올해로 창립 100년을 맞이한 국내 최장수 서커스 극단인 동춘서커스의 <초인의 비상>을 만난다. 또 50년 넘는 세월을 서커스와 함께해온 곡예사 안재근이 자신의 서커스 인생을 담은 공연 <곡예사 근根>을 선보인다. 서커스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컨템퍼러리 서커스로는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의 작품 10편을 준비했다. 공연을 보면서 관객이 직접 참여해볼 수도 있는 <원구자들>(코드세시)과 <합!?>(공간 서커스살롱), 노들섬 곳곳을 이동하며 선보이는 <특별한 안내원&섬세한 마술사>(쇼갱), 비올라 연주와 공중 서커스가 결합한 공연으로 눈을 뗄 수 없는 <Pulse;맥>(프로젝트 루미너리)까지 다채롭게 만날 수 있다.

해외 초청 작품으로는 아직 국내에 발표된 적 없는 2편이 준비됐다. 아찔한 핸드 투 핸드 애크러배틱과 유쾌한 음악 공연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진지&에베르티얀Zinzi & Evertjan), 휠체어 무용수와 비장애 무용수가 공중에서 펼치는 경이로운 서커스를 감상할 수 있는 <우리 사이의 공기>(클로에 로프터스&로드니 벨Chloe Loftus & Rodney Bell)다.

마지막으로 올해 축제에서는 처음으로 제작공연을 선보인다. 신작 <옛,다!>는 이번 축제의 주제이기도 한 전통과 현재의 만남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과거의 재주인 줄타기와 현재의 재주 에어리얼 실크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담았다. 이번 공연은 대한민국 대표 여성 어름사니 서주향과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재주상단’, 그리고 컨템퍼러리 서커스 단체인 ‘공연창작집단 사람’ 세 팀이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

축제 현장에는 서커스 공연 외에도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할 예정이다. 먼저 노들갤러리 2에서 진행되는 이정윤 작가의 전시 《일상의 서커스》에 가면 서커스 모자를 쓴 거대한 코끼리와 알록달록한 선인장 공기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반복되는 일상과 꿈꾸는 이상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 잡는 우리의 모습을 서커스에 빗대 표현했다. 다채로운 색감을 가진 여러 형식의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를 통해 마치 동화 속 환상의 나라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 공연으로만 보던 서커스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매해 축제마다 어린이들의 뜨거운 사랑을 독차지한 ‘서커스 예술놀이터’가 올해도 준비됐다. 예술놀이터에서는 접시돌리기, 장대타기, 디아볼로 등 평소에는 쉽게 즐기지 못하는 서커스 동작을 안전한 환경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또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함께 배우는 서커스 체조’, 아티스트 진지&에베르티얀이 직접 운영하는 체험 워크숍도 있다. 이 밖에도 퍼레이드, 꼬마기차, 플리마켓, 포토존 등 여러 부대 프로그램을 노들섬 전역에서 즐길 수 있다.

누군가에게 서커스는 ‘태양의 서커스’처럼 화려한 쇼의 경지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동춘 서커스’로 기억하는 옛 시절의 추억일 수도 있다. 또 누구는 키다리 피에로 혹은 알록달록한 서커스 텐트를 떠올릴 수도 있다. 이렇게 서커스는 모두에게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2024 서울서커스페스티벌은 축제를 다녀간 이들이 서커스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추억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 나들이 가기 좋은 5월의 봄날, 노들섬에서 서커스의 모든 것을 만나보자!

윤동주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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