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테마토크

2월호

보조재가 아닌,
수요를 창출하는 지원으로

시대 변화와 발맞추는 문화예술 지원체계

우리 문화예술의 성장은 수요 확충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나라 예술지원은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 제정과 문예진흥기금 설치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급속한 근대화·도시화로 농어촌 공동체가 쇠퇴하며 전통문화는 단절 위기에 처했고, 도시에는 이주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면서 도시문화 형성이 어려워졌다. 반면, 경제 발전에 따라 소득이 증가하고 서구의 문화가 확산하면서 문화 수요는 증가했지만, 이를 충족하는 현대적 문화 인프라는 부족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문화 재정은 정부 재정의 한계로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러한 여건에서 문예진흥기금은 부족한 정부의 문화예술 재정을 보충하는 핵심적인 수단이었다. 초기의 문예진흥기금은 예술지원뿐 아니라 전통문화, 문화시설 조성, 대규모 문화예술행사·지역 축제 등 다양한 분야에 지원됐다. 정부의 문화 재정이 증가하면서 하드웨어와 고정적이고 대규모로 이뤄지는 단체·행사·인력은 정부가 직접 지원하고, 기금은 예술 창작과 향유에 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예술 지원체계의 역할 조정과 개선이 이뤄져왔다.
척박한 문화예술 여건에서 문화예술 지원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50년 동안 우리 문화예술의 성장은 경제 성장 못지않게 눈부실 정도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이러한 성과를 가져왔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문화 인프라, 인력 양성, 콘텐츠 투자, 예술 창작지원, 문화 수요 확충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명확한 지원정책 모델, 지원의 목표와 체계를 정립하지 않고 추진된 문화예술 지원체계는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 계속 늘어나면서 효율성이 저하되고, 정책 환경의 변화로 끊임없이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에 따라 지자체의 문화예술정책이 강화되고, 지역 문화재단이 증가하면서 지원체계는 더욱 복잡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재정은 정부 전체 재정의 1.06% 선이지만, 보조금 비율이 60% 이상으로 보조금 규모는 전체 부처 가운데 5위를 차지한다. 특히 소규모 지원사업이 많아 사업 건수는 가장 많다. 문화 재정 지원기관은 ➊문화체육관광부 ➋기금운용기관 ➌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공기관 ➍지자체 ➎지역공공기관 등으로 다양하다. 지원사업 전달 체계는 ①문화체육관광부 지방자치단체 지역 공공기관(지역의 간접보조사업자) 최종 사업수행자 ②문화체육관광부 문체부 소속 공공기관(중앙의 1차 간접보조사업자) 지역공공기관(지역의 2차 간접 보조사업자) 최종 사업수행자 ③문화체육관광부 문체부 소속 공공기관(중앙의 1차 간접보조사업자) 최종 사업수행자 ④문화체육관광부(기금운용기관) 지방자치단체/최종 사업수행자 등 복잡한 체계로 이뤄져 있다.
다양한 지원체계는 수요자에 대한 대응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과 수요자의 복융합화, 유통 체계의 변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으로 시간과 장소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효율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문화예술 지원기관도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조직 확대의 속성이 있어 기능과 사업을 확대하다 보니 다른 기관과 중복되는 문제는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각 지원기관 및 사업의 목표, 지원 지침이 서로 달라 지원사업의 최종 수행자는 사업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한계의 상당 부분은 정책 환경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지원을 시장 실패에 따른 부족한 재원을 일부 보조하는 것이라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화 재원은 아직도 너무 부족하고, 재정은 대폭 확대돼야 한다.
필자는 아직도 문화예술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화예술은 지원할 가치가 있지만, 모든 문화예술이 지원받을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이 중요하지만, 다른 분야보다 무조건 더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 재정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한 성과와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한 지원체계 개선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칸막이식 비효율적 지원구조와 전달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민간 시장, 분권, 복융합, 수요자 중심의 관점에서 분산된 지원기관과 지원사업을 통폐합하고, 기관별 기능을 미션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할 것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도 광역은 우수한 예술 지원에, 기초는 지역의 특화와 주민 친화적인 분야로 역할을 분담하고, 효율적인 생산production과 공급provision 체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력 양성-창작 지원-발표-유통-교류 등을 연계하는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시장 실패에 따른 부족한 재원의 보조에 초점을 둔 형식적 지원의 공정성이 아닌, 지원 효과의 관점에서 지원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목표와 성과에 초점을 둔 전략적 투자의 관점, 실질적 기회 공정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원기관과 심의 책임자의 지원 심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책임심의관(위원)의 도입이 필요하다. 예술 활동의 주기를 고려하면 단년 지원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선택과 집중에 의한 다년간 지원사업은 예술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목표를 명확히 하고, 성과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과 파급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식이다. 과거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집중하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선택의 가치를 먼저 확립해야 한다. 단기간의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수시 지원사업을 병행하고, 맞춤형 지원을 실행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원신청과 지원 심의-결정 시기를 다양화해야 한다.
셋째, 지원사업의 성과를 통한 파급 효과와 가치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필요할 경우 과감하고 전략적인 지원을 통해 글로컬glocal 브랜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예술로 발전시켜 지원사업의 전체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지원에 따른 성과가 있다면, 사후 지원과 다른 사업과의 연계 지원 등도 필요하다.
중앙 정부나 서울은 예외지만, 일부 지자체의 경우 지원 신청 건수 대비 지원 결정률은 80% 수준인데, 지원 신청 금액 대비 결정 금액은 20% 정도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다. 부족한 재원의 보충은 예술인 복지로 대체하고 예술 지원구조를 혁신하는 것이 예술의 가치와 신뢰를 제고하고, 재정 확대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첩경이다.

정광렬 문화가치연구소 대표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