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축제의 장이 될 서울
〈아트페스티벌_서울〉을 준비하며10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마치 오랜 여행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연어처럼. 모든 것이 변한 까닭에 조금은 낯설다. 문득 공연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케이블타이를 묶던 블루칼라가 펜과 씨름하는 화이트칼라로 돌아섰던 10년 전 기억이 떠오른다. 책상과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다시 예전의 현장으로 돌아왔음을 신고한다.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함성
주말을 앞둔 지난 8월 5일 금요일, 뜨겁게 내리쬐던 태양이 식을 무렵 ‘서울비보이페스티벌’ 예선 무대를 진행하는 청계광장은 퇴근한 직장인들로 인산인해였다. 축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지금도 당시의 뜨거웠던 감정을 잊을 수 없다.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강렬한 비트는 나의 두 다리를 지나 심장을 두드렸다.
오래전 친구들과 뛰어놀던 놀이터에 어른이 돼 돌아온 느낌이었다. 당시의 기억, 예전의 추억이 내 머리를 지배하고 있을 때 10년 전 피가 다시금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청계광장. 이곳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장소다. 청계천 거리 곳곳에서 다양한 버스킹의 향연을 펼치겠다는 목표로 〈서울거리아티스트〉와 동고동락했던 곳이다. 청계광장을 시작으로 광통교,
장통교를 거쳐 약 1km에 이르는 지점마다 서로 다른 거리예술이 펼쳐졌다. 150여 개 팀, 500명이 넘는 아티스트와 웃고 떠들던 현장. 매일 거리공연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온 청계광장에서
당시의 뜨거웠던 함성을 다시 들으니 가슴이 불타올랐다.
10년이 지나 다시 들은 함성은 서울을 대표하는 비보이들의 강렬한 몸동작에서 뿜어져 나왔다. 서울문화재단의 오랜 대표 사업 중 하나인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의 일환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공식 비보이크루를 선발하는 자리였다.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에서 1차 사전 인터뷰를 마치고 곧바로 청계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실연 심사를 진행했다. 다가오는 9월 24일 토요일, 한강 노들섬에서 열릴
‘서울비보이페스티벌’의 사전 리허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의 함성은 단순히 본 공연을 앞둔 리허설의 의미를 뛰어넘는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엠비크루, 갬블러크루, 소울번즈 등 비보이계에서 명성과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대표 팀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TV와 유튜브에서만 보던 이들이 바로 내 눈앞에서 비보잉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30분 남짓한 리허설이 끝나자 현장의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크루를 찾아온 열성 팬들은
저마다 카메라 셔터를 아낌없이 눌렀다.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늘어선 줄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트페스티벌_서울>로 이어가는 서울문화재단 축제의 역사
창립 20주년을 앞둔 서울문화재단이 예술가와 향유자의 접점 아래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좀처럼 일반 시민의 머릿속을 파고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가운데
서울문화재단의 인지도 조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촉매제가 된 아이템이 있다. 서울문화재단을 대중의 기억에 남게 해준 오랜 사업 중 필자가 기억하는 대표적 사업은
〈하이서울페스티벌〉과 〈서울거리예술축제〉다. 10년 전 사계절마다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연중 상시 펼치던 축제를 보고 사람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서울을 대표하는
광장과 한강에서 서울을 서울답게 만드는 축제를 열어보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을 알아준 것이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서울문화재단이라는 공공기관을 기억해 줬다. 그리고
그것이 서울문화재단을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고 자신한다. 축제는 그것을 즐기는 수요자에게도 삶의 중요한 모티프가 됐고, 축제를 만들어가는 공급자에게도 원동력이 됐다.
올해 초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의 문화예술을 뒤흔들 10대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중점 추진할 재단의 주요 사업을 선포한 것으로, 그중 〈아트페스티벌_서울〉이 대표적이다.
목표는 계절과 상관없이 서울의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축제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것. “대부분의 축제가 특정 시기에 편중됐다”는 한계를 보완해 언제 어디서나
축제에 빠져들 수 있게 하는 것.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계절 축제가 열리겠지만 올해는 서울의 대표 축제 다섯 개를 모아 새로운 축제 브랜딩을 설계한다.
다가오는 9월 24일 토요일, 노들섬에서 펼쳐지는 ‘서울비보이페스티벌’로 시작해 9월 30일~10월 2일까지 노들섬·서울광장에서는 재단의 가장 큰 축제이자 서울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거리예술축제’가 펼쳐진다. 그중 올해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힐 10월 1~2일, 노들섬의 야외무대에서 100분으로 축약된 오페라 〈마술피리〉 전막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한강노들섬오페라’를 준비한다. 이어서 10월 3일, 장충체육관에서는 아마추어와 생활예술 동호인들이 만나는 축제의 장인 ‘서울생활예술페스티벌’이 성대한 막을 올린다.
그리고 11월 7일~19일, 성동구에 위치한 에스팩토리에서 융합예술 분야 창·제작 지원사업의 결과 전시이자 특별 초대 전시를 엮은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Unfold X’가
대미를 장식한다.
곧 축제의 계절인 가을이다. 축제를 즐기려는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됐는지 묻고 싶다. 서울문화재단은 개별적으로 진행된 축제를 그러모아 새로운 페스티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문화와 예술로
서울을 흠뻑 젖게 할 서울의 대표 축제가 줄줄이 펼쳐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지난 몇 년간의 침울한 분위기를 벗어던지자.
그리고 무더위로 지쳤던 지난여름을 잊고 시원한 가을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길 바라본다. 서울이 곧 예술로 뒤덮일 것이라 자신한다.
극단 실렌시오Teatro del Silencio <묘지로 향하다>(ⓒ서울거리예술축제 2019)
글 이규승_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실장 | 사진 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현재는 홍보마케팅팀으로 개편)에서 10여 년을 근무한 필자는 지난 7월 18일자로 축제기획실로 옮겨 활동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