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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청년예술정책, 이제는 내용을 채울 때
청년예술청 개관을 맞아 살펴본 서울시 청년예술정책의 궤적

청년은 푸른 나이, 말 그대로 신체적으로 젊은 사람들을 말한다. 그러나 각종 의학 기술과 건강술이 발전한 지금, 청년은 단지 젊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제연합(UN)에서는 심지어 60세까지를 청년으로 보자고 말한다.
한편, 고령화된 농촌에서는 60세를 훌쩍 넘긴 분들이 청년회장을 맡고 있다.
청년은 푸르른 나이나 젊은 세대가 아닌, 사회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세대 혹은 인구 집단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도시에서 청년은 좀 다르다. 그들은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한 사람들을 말한다.
활동성이나 건강성이 아니라 ‘시작’ ‘진입’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청년들에겐 해야 할 일이 많다.
사회에 적응하는 문제, 취직 등 일자리를 갖는 문제, 다양한 도전과 실험 기회를 갖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 볼 수 있는 문제 등 청년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다양하다.
특히 지금처럼 사회 불평등이 구조화되고, 패러다임이 전환되며, 취업의 기회가 막힌 현실에선 더 그렇다.
대물림된 가난이나 막힌 취업 문, 없는 도전 기회 앞에서 새롭게 해야 할 일은 매우 다양하다.
그렇기에 오늘날 정부에 청년 문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화된 정책 영역이다.
청년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그 어떤 문제도 풀 수 없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 사회에 청년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IMF 외환위기 때다. 급속한 경제위기로 취업 길이 막히면서 청년은 가난과 궁핍의 대상이 됐다. 우석훈 교수의 《88만원 세대》는 그 우울한 자화상을 비춘다. 취업 길이 막혀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청년의 삶, 그들은 ‘88만원’으로 표상된 것이다.
그러나 청년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다. 우리나라로 영향 범위가 제한됐던 IMF위기와 달리 국제금융위기는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다. 그 결과 세계는 가장 심화된 불평등의 대상이자 위기의 주체로서 청년 문제를 보기 시작한다. 2013년 유럽연합이 제시한 청년보장제(Youth Guarantee)나 같은 해 미국이 제시한 청년경로(Pathways for Youth) 등이 그렇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심각해지는 청년 위기 앞에 서울시는 2013년 ‘청년허브’를 조성해 청년 스스로 자기 문제를 풀어보도록 했다. 2015년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했고, 이어 ‘청년수당’을 도입해 6개월 동안 매달 50만 원씩을 지급한다. 청년들에게 기본소득 형태의 수입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도전을 하도록 한 게 정책의 기본 취지다.
청년수당으로 자신감을 얻은 서울시는 2019년 ‘청년자치정부’를 구성한다. 청년 스스로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설계하고 시행해 보도록 한다는 게 기본 취지다. 청년자치정부는 ‘설자리’와 ‘일자리’ ‘살자리’ ‘놀자리’ 등을 기본 의제로 설정하고, 과감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청년정책과 예술정책 사이 ‘청년예술정책’

‘청년예술정책’ 또한 서울시 청년정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자립, 자치의 기회를 준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그러나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청년예술인은 일반적인 청년이 고민하는 문제도 갖고 있고, 다른 문제도 갖고 있다. 이에 예술인의 관점에서 청년의 문제를 풀어보자 하는 것이 청년예술정책이다.
서울시에서 청년예술정책이 처음 이야기된 것은 2016년 <서울예술인플랜>에서다. 당시 서울시는 ‘예술플랜’이 아닌 ‘예술인플랜’으로 예술인의 삶을 둘러싼 생활과 창작, 노동, 성장 등의 문제를 다루고자 했는데, 이때 중요한 대상으로 설정된 게 청년예술인이었다. 청년예술인이란 일반적인 예술인과 달리 ‘이제 막 사회(예술시장)에 진입하는 예술인’으로서 더 깊은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주택 문제에서부터 일자리 문제, 창작 활동과 지원의 문제, 성장과 전환의 문제 등을 다루고자 했다. 곳곳에 예술인 임대주택을 조성해 예술가의 생활을 안정화하고자 했으며, 작가들이 공유하는 연습실이나 아틀리에 등을 지원해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도록 했다. 이어 신진 예술가를 중심으로 한 지원 체계 변화와 공공 형태의 여러 예술 일자리의 창출, 국제교류 등 새로운 기회의 제공 등을 축으로 예술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 것이 ‘서울예술인플랜’이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청년예술청

2019년 들어 서울문화재단은 새로운 시도를 했다. 정책 대상으로 청년을 지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 주체로서 자신들에게 맞는 정책을 스스로 기획하도록 한 게 그것이다. 이에 ‘서울연구원’과 협력해 수차례 논의한 끝에 2019년 11월 ‘청년예술인회의’를 탄생시켰다. 청년예술인회의는 청년 당사자 주체들이 모여 시정과 자신들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는 플랫폼이다. 청년예술인회의는 올해부터 본격 활동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문화재단은 SH공사가 충정로역 근처에 조성한 역세권 청년주택에 ‘청년예술청’을 개관한다. 청년예술청은 청년예술인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청년예술인들이 놀며 창작을 구상하고, 새로운 작품을 실험하는 공간이다. 청년들이 스스로를 기획할 수 있는 공간이 청년예술청인 것이다.
이로써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청년예술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자치와 거버넌스의 기반을 갖췄다. 이젠 청년예술인 스스로 자신의 정책을 만들어갈 기반을 갖춘 것이다. 이제 이 기반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이 기획되고,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청년들은 단지 대물림된 가난이나 불평등의 주체가 아니라 ‘새로움을 만들어가는 주체’다.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하는 자로서 새로움을 가지고 도전해야 하며 뭔가를 만들어가야 한다. 새로움의 주체로서 청년들이 우뚝 서길, 그럼으로써 우리의 예술을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로 만들어가길 기도해 본다. 청년예술인회의와 청년예술청은 분명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제 이 플랫폼에 청년들의 열기가 가득해지길 기대해 본다.

글 라도삼_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문화정책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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