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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5월호

사회적 거리 두기, 문화예술과 온라인의 거리를 좁히다
온라인으로 즐기는 다채로운 문화예술 콘텐츠

코로나19로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되자, 미술관과 박물관, 공연장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최신 기술을 활용해 직접 박물관에 간 것 같은 시청각적 효과를 준다거나, 그동안 쉽게 만나기 어렵던 인기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큐레이터에게 전시 해설을 들으며 미술관을 둘러볼 수도 있고, 생중계로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 ‘방구석 1열’에서 ‘집콕’ 하며 ‘랜선’으로 즐기는 문화생활.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시공간 및 경제적 제약이 없는 문화생활로 우리 마음 한편은 충분히 풍요롭게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사비나미술관의 VR 전시 프로그램

직접 가지 않아도 생생하게 관람하는 박물관·미술관 VR 기술로 극대화한 전시 경험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이나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을 활용한 ‘실감형 콘텐츠’가 코로나19 이후 박물관·미술관을 찾지 못하는 시민들에게 확장된 전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주요 전시를 가상현실과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누리집을 개편했다. 박물관 누리집(www.museum.go.kr)에 접속하면 초기 화면에서 바로 VR과 동영상 섹션으로 분류된 다양한 전시가 있다. 3월에 종료된 <가야본성 칼(劒)과 현(絃)> 특별전 또한 전시실의 모습 그대로 VR로 관람할 수 있다. 360도의 화각을 가진 카메라를 이용, 전시물을 직접 보듯 실감 나게 꾸몄다. 직접 전시장에 들어서는 화면을 시작으로, 전시장을 이리저리 둘러볼 수 있고 전시물을 클릭하면 자세한 설명까지 읽을 수 있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사비나미술관은 휴관 없이 기획전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 등을 열고 있지만, <예술가의 명상법> 등 지난 전시 29편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은 2012년부터 레오니드 티시코브의 <Private Moon>, 테리보더의 <먹고, 즐기고, 사랑하라!> 등 총 29편의 전시를 VR로 제작해 누리집에서 운영하고 있다. 실제 전시장에 있는 것같이 화면을 움직여 360도로 돌아볼 수 있고, 화면 확대와 축소도 가능하다. 사비나미술관의 누리집(www.savinamuseum.com)에 접속하면 VR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전시 감상 프로그램인 ‘버추얼 전시감상 투어’도 만나볼 수 있는데, 온라인 가상 전시에 더해 큐레이터의 음성으로 전문적인 해설까지 들을 수 있다. 전시장에 구현된 영상 작품과 작가 인터뷰, 디지털 전시 도록 등도 준비됐다. 전시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참여 작가, 공간에 대한 작가의 해석 및 전시 분위기를 한 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전시 및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전시도 공연과 마찬가지로 일정 기간 이후 해체돼 다시는 그 순간을 감상할 수 없다. 사비나미술관의 강재현 학예실장은, 전시를 디지털화함으로써 이미지나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책자 형태의 자료집보다 생생한 기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카이빙 기능’을 실감형 콘텐츠의 장점으로 보았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지역적으로 멀리 있거나 학교나 병원 등 특정 시설에서 미술관을 찾아오기 어려운 관람자를 위한 ‘전시 감상 및 교육 기능’이 두드러졌다고도 밝혔다. 그리고 해외에 미술관의 전시 및 국내 작가를 소개하기에 유용하다는 점 또한 실감형 콘텐츠의 장점으로 꼽았다. 꾸준히 ‘미래형 디지털 미술관’을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추후에도 전시 감상 이상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자료를 연동하는 등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송파구에 위치한 한성백제박물관의 경우, 최근 게임을 하며 덕흥리 벽화고분 내부를 볼 수 있는 ‘덕흥리 벽화고분 VR’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김영심 전시기획팀 과장은 이 콘텐츠가 영상 세대에게 흥미를 끌 수 있을 거라 예측하면서, 박물관이 좀 더 친숙한 공간, 살아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콘텐츠, 오프라인 관람으로 연결하는 매개체 되길 강재현 사비나미술관 학예실장

QVR 콘텐츠가 갖는 장점과 한계점은 무엇인가요?
A전시장에서 작품을 마주하면서 오는 감동이나 작품의 아우라를 온라인 환경에서 느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대미술의 경우 전시장에서보다 좀 더 친절하고 교육적인 서비스(텍스트나 음성의 작품 해설, 작가의 출품작 이외 관련 작가 인터뷰, 작가 노트 등의 자료 연동)가 가능합니다. 단지 시각적인 부분에서의 VR 콘텐츠라기보다는 다양한 정보를 연동해 작가나 작품을 더욱 깊게 연구하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Q온라인 콘텐츠가 박물관 이용과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는지?
A온라인 콘텐츠는 결국 예비 관람객에게 미술(관)에 대한 관심을 유도해 온라인상에서 벗어나 미술관에 방문해 실제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작품이 그들의 흥미를 유도해 미술관으로 이끈다면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실감형 콘텐츠 자체가 하나의 유의미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보는지?
A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감형 콘텐츠의 필요성이 더욱 확실해졌다고 봅니다. 2012년 당시에는 아카이브 기능에 중점을 두었지만 최근에는 전시 감상과 더불어 교육 콘텐츠로서 활용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기관에서 제작될 것이고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VR 콘텐츠의 활용 필요성 느껴 김영심 한성백제박물관 전시기획 과장

QVR 콘텐츠가 갖는 장점과 한계점은 무엇인가요?
A직접 전시를 보러 올 시간 여유가 없거나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는 분들이 전시 해설 동영상이나 박물관 가상 체험을 통해 전시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 유물을 직접 눈으로 봄으로써 느끼는 감흥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여전히 보조 자료라는 점을 인식하고, VR 콘텐츠를 만들 때는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Q온라인 콘텐츠가 박물관 이용과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는지?
A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콘텐츠를 박물관 운영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본 박물관에서는 특별전에 대한 VR 제작만이 아니라 앞으로 개막할 특별전에 대한 학예사의 전시 해설 영상을 제작할 계획입니다(전시 <고구려와 한강>부터 실시). 추후 상설전 해설도 영상으로 제작해 많은 사람이 박물관의 전시를 접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Q실감형 콘텐츠 자체가 하나의 유의미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보는지?
A실감형 콘텐츠 자체가 전시 유물을 직접 관람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본전시를 앞두고 전시 예고 영상이나 관심을 끌 만한 영상을 올리면 본전시에 대한 홍보 효과는 충분히 있으리라고 봅니다.

해설, 그 이상의감동 큐레이터에게 듣는 온라인 전시 해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온라인 전시 해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3월 13일 저녁,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000년>을 네이버 TV를 통해 온라인 중계했다. 애초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예정됐던 이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휴관으로 사실상 중단된 전시였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전시장을 찾지 못한 관객뿐만 아니라, 이미 전시를 본 관객이라도 학예연구사의 깊이 있는 설명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같은 달 25일에는 새 단장한 세계문화관 이집트실을 네이버TV를 통해 중계했다. 특별전과 마찬가지로 이 전시를 기획한 학예연구관과 함께 전시장을 돌아보고, 밀도 있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 중계한 두 영상 모두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라이브톡’을 통해 소통했고, 영상 중간에 퀴즈를 내 정답을 맞힌 이용객에게는 도록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특히 이집트실 영상은 5만 명 가까이 시청해 여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었다. 두 영상 모두 다시 보기 서비스에 대한 문의가 쇄도해 현재 온라인상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을 유튜브 채널(youtube.com/MMCAKorea)을 통해 선공개했다.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학예연구사가 나서서 90여 분간 전시 작품 해설을 진행했고, 이 내용은 유튜브·페이스북·네이버TV를 통해 실시간 중계됐다. 동시 접속자 수가 500명을 넘겼고, 유튜브 영상 조회수 또한 5만 회(4월 16일 기준)를 넘긴 상태다.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에서도 전시 콘텐츠 관련 영상을 주로 서비스하는 ‘MMCA TV’의 <큐레이터 라이브 전시투어>는 전시를 기획한 학예사가 30분~1시간 동안 직접 전시장을 둘러보며 작품을 설명한다. 미리 정보를 습득할 수 있거나 전시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면에서 유익하다는 평이 많다. 특히 미술관 대표 소장품 12점을 온라인(페이스북, 유튜브)으로 소개하는 <미술관소장품강좌> 영상에 대해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10분 영상으로 만나는 <미술관소장품강좌>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온라인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전 세계 관람객들과 만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코로나19로 미술관 방문이 어렵지만 집에서 편하게 미술관 대표 소장품을 감상하며 현대미술과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 전은정_객원 기자
사진 사비나미술관 누리집·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로 옮겨온 무대 영상으로 만나는 공연

3~4월 공연을 잠정 연기한 국립극장은 지난해 가장 흥행한 작품인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실황 영상을 유튜브와 네이버TV를 통해 3월 25일부터 2주간 공개했다. 전막 영상을 온라인 채널에 공개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예술가와 제작진 등 이해관계자의 지식재산권을 해결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뿐 아니라, 불법 복제와 저작권 침해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을 실현하기 위해 오는 5월 8일까지 일주일 간격으로 국립극장 전속단체의 주요 레퍼토리 6편을 차례로 상영한다.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이라는 이름으로 공연 영상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예술의전당은 3월 20일부터 2주간 유튜브 스트리밍을 진행했다. ‘제한적’으로 진행한 상영회임에도 회당 평균 3,000명 넘는 사용자가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21회 동안 누적 시청자 수 6만 3,564명, 조회 수 73만 7,621회. 공연 영상을 보기 위해 시간에 맞춰 모니터 앞에 착석한 관객들은 실시간 댓글 기능을 활용해 “벌써 매진” “지금부터 들어오는 사람은 입석”이라며 이색적인 관람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에 화답하듯 공연 영상화를 담당하는 제작감독이 댓글로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고 관객의 궁금증에 답변을 다는 등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공연 영상화 사업은 오래전부터 공연예술계의 화두였다. 다만 국내에서는 국립극장·예술의전당 등 국공립 기관을 중심으로 공익 목적을 위해 진행한 것이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제약이 많아 공유와 활용은 뒷전인 상태다. 비록 영상으로는 무대를 누빈 예술가의 거친 호흡도, 달아오른 객석의 박수갈채도 생생하게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만난 공연이, 예술이 선물하는 즐거움을 상기하게 하는 ‘발견의 시간’이었음은 분명하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공연계의 자세 강은빈 국립극장 온라인 홍보 담당자

Q유튜브 댓글을 통해서 본 반응이 꽤나 뜨겁습니다. 실제로 온라인 홍보 담당자가 느끼는 대중의 반응은 어떤가요.
A국립극장은 우수 레퍼토리 공연 실황 전막을 온라인으로 상영하는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 사업을 통해 국립극장 3개 전속단체의 대표작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모두 전통의 현대화와 동시대화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번 온라인 상영을 통해 전속단체가 추구하는 장르적 특징을 알릴 수 있다는 것이 큰 보람입니다. 전통예술 공연이 타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보니, 그저 몰라서 낯설게 느끼거나 관람할 생각조차 못한 분들에게 첫 만남을 주선하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Q공연 실황 온라인 공개를 기획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A국립극장은 2017년부터 10분 내외 길이의 하이라이트 홍보 영상을 만들기 위해 대표 레퍼토리 공연 실황을 촬영해 왔고, 이번 기회에 음향과 편집을 다시 손보는 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무거워진 국민의 일상에 작은 위안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적인 만큼, 기존 관객은 물론 더 많은 국민이 전통예술을 한결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작품성과 대중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대표작을 엄선했습니다. 창극의 경우 사설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국·영문 자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예술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A한 편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극장 내외의 수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이번 전막 상영을 앞두고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의 동의를 얻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는데, 취지를 충분히 설명드리자 모두들 공감하며 흔쾌히 전막 상영에 동의해 주셨습니다.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주셨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 전막 상영이 가능했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제작진의 경우, 한국에서 공연을 보지 못한 지인들에게 영상으로나마 무대를 보여줄 수 있어 좋아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Q이번을 계기로 공연 콘텐츠의 공유·유통과 관련한 국립극장의 향후 계획이 있을까요.
A국립극장이 제작하는 전통예술 기반 공연은 타 장르에 비해 적극적 향유층이 탄탄하지 못한 편입니다. 특히 젊은 신규 관객 개발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번에 전막 상영을 진행해 보니, 동일한 공연의 하이라이트 영상 대비 전막 영상 조회수가 약 7배에 달했습니다. 온라인 전막 상영은 굉장히 효과가 좋은 홍보 수단임이 분명하나 그저 ‘홍보’에만 그친다면 유한한 발전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연계가 준비해야 할 ‘포스트 코로나’ 현상 중 하나가 ‘공연 영상화’라는 것은 지금 모두가 예측하는 바입니다. 국립극장은 장기적으로 우수 레퍼토리 공연 영상화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공연 생태계의 상생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입니다.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대중에게 가까이 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공연 실황 생중계

국립국악원의 ‘사랑방 중계’

12월부터 3월까지 연말연시에 걸쳐 공연을 진행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은 네이버TV와 V라이브를 통해 모든 공연을 생중계했다. 단발적인 홍보 차원이 아닌 매해 조금씩 영상 사업화를 추진해 온 결과로, 특히 올해는 멀티플렉스 CGV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상영관에서 ‘올해의 신작’을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공연장을 개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공연예술창작산실이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영상 사업은 더욱 빛을 발했다.
온라인 플랫폼과 영상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공연을 만나는 방법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현장감을 살려 공연을 ‘안방 1열’로 배달하는 온라인 생중계는 기존 관객층은 물론 공연 관람보다 영상에 친숙한 관람층까지 잠재 관객으로 흡수시켰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젊은 국악 창작자들과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 <운당여관 음악회> 7회 공연을 전면 온라인 생중계로 전환했다. 국립국악원은 단순히 기존 공연을 중계하는 것을 넘어서 온라인 생중계를 위한 공연을 기획했다. 노선택과 소울소스·김율희·박지하·하윤주·두번째달 등 전통예술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다섯 팀의 국악 단체를 초청, 온라인 시청자와 적극 소통하는 형식의 토크 콘서트를 꾸린 것이다. 50분 길이로 진행되는 공연은 실시간 댓글 기능을 활용해 관객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과 연주를 주고받으며 실제 공연장에서는 불가능한 소통을 이뤄냈다. 앞서 국립국악원은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관객을 위해 평일 오전 11시, 선별한 국악 영상을 한 편씩 공개하며 부담 없이 국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일일국악’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온라인 중계는 유튜브와 네이버TV, 페이스북 등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포털 사이트와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나 전통예술 분야의 경우 최근 TV 채널을 개국한 국악방송이 적극 지원에 나서 콘텐츠 확산에 힘을 더하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공연한 작품 중 우수작을 골라 3월 14일부터 4월 5일까지 ‘내 손 안의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황 중계했다. 또 관객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예술가들은 작품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공연 온라인 생중계 ‘힘내라 콘서트’를 기획했다. 공연이 취소되거나 피해를 본 예술가·예술 단체의 작품 12편에 무대를 제공하고, 이들의 작품을 온라인 송출하는 데 힘을 보탠 것이다. ‘힘내라 콘서트’는 4~5월간 매주 화·금요일 네이버TV를 통해 공개하며, 5월까지 다시 보기도 가능하다.
온라인 공연은 공개된 플랫폼을 이용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사실이나 실제 공연을 보는 듯한 수준의 음질과 화질을 보장하는 촬영을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이 소요된다. 그 때문에 온라인 생중계는 주로 국공립기관의 전속단체나 기획 공연에 한해 우선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의 ‘힘내라 콘서트’는 그 기회를 민간 단체와 나누고, 대중에게는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글 김태희_객원 편집위원
사진 제공 국립국악원

온라인 생중계, 공연에 접근하는 하나의 방안 오정화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팀장

Q‘힘내라 콘서트’는 세종문화회관 산하의 서울시예술단이 아닌 외부 단체의 공연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여타 극장이나 기관의 지원책과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이러한 콘텐츠를 기획하게 됐는지, 그 과정에서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A세종문화회관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 ‘내 손 안의 극장’과 ‘힘내라 콘서트’라는 두 가지 온라인 공연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내 손 안의 극장’은 지난해 공연한 작품 중 우수한 작품을 매주 2회씩 4주간 세종문화회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선보이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해 산하 9개 예술단이 총출연해 화제가 된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을 비롯해 서울시오페라단 <돈 조반니>, 어린이 공연인 <모차르트와 모짜렐라> <베토벤의 비밀노트> 등 총 14편을 3월 14일부터 4월 말까지 선보입니다. ‘힘내라 콘서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예정된 공연이 취소 또는 연기돼 타격을 입은 공연 단체 및 예술가들에게 현실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세종문화회관이 지원해 ‘무관중 온라인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힘콘’은 세종문화회관 대관 취소 공연과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추천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으며 연극·뮤지컬·클래식 음악 등 총 12팀을 선정했습니다. 선정된 작품은 편당 최대 3천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예술 단체와 예술가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께서는 한결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공연을 관람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번 무관중 생중계 공연을 통해 예술 단체와 상생·공존의 발걸음을 이어나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더욱 만전을 기하고자 합니다.
Q현재 공연 중계가 몇 차례 진행된 상황인데요. 실제로 시청자의 호응도, 기존 관객층의 반응은 어떤가요?
A지난 3월 진행한 ‘힘콘’ <오페라 톡톡>은 조회수 1만 5천 이상, 지난 4월 둘째 주 진행한 ‘힘콘’ <아도이-VIVID>은 단일 공연으로 조회수 3만 5천을 넘길 정도로 시민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생중계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네이버TV 실시간 댓글창에는 “수준 높은 공연을 안방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직접 객석에서 보지 못해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등 좋은 감상평을 쉴 틈 없이 남겨주셔서 공연을 계속 관람하기를 바라는 관객 분들의 뜨거운 열망을 다시금 실감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공연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공연예술은 원래 오던 관객들이 다시 찾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동안 공연장에 오기를 망설이던 분들로 부터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이번을 계기로 공연 온라인 콘텐츠의 창작·공유·유통에 관련한 세종문화회관의 향후 계획이 있을까요.
A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부분은 없지만 영상 서비스 제공을 통해 잠재 관객의 유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상황을 계기로 향후 기업 협찬이나 기부금·스폰서십 등 펀드레이징을 통한 재원 조성을 통해 장기적으로 온라인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힘내라 콘서트’는 하나의 시작 단계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이러한 영상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다 보면 저희만의 노하우가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관객 분들께서 공연예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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