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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이달의 표지 작가 봄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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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없는 공간_근사한 악몽_풍선이 된 요도크>mixed media on linen | 84×143.5cm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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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없는 공간_근사한 악몽>mixed media on linen | 35.5×30.5cm | 2016
2014년, 기억의 성질과 모양, 짐 같은 기억, 지나간 기억이 가진 고독감 등을 그림과 글, 노래로 만들었다. 단어 ‘사라짐’을 언어유희로 풀어 주인공 ‘사라’가 짐 같은 기억을 풀어내는 이야기로 구성했고, <사라의 짐>이라는 제목으로 음반, 책, 전시와 공연을 선보였다. 이때 작업한 <초겨울의 그림자>(표지작)는 개인의 일상에서 건져 올린 멜랑콜리한 풍경 중 하나다.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빛바랜 간판과 시트지, 앙상한 가로수, 녹슨 양철 지붕이 해가 빨리 지기 시작하는 초겨울을 맞아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 그날, 그곳을 꽤 오래 바라보았다. 너무나 평범해서 늘 지나쳤던 장면을 기억하고자 애쓴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억은 덮이고 드러내기를 반복하며 불확실한 형태로 남는다. 그릴수록 사라져 버리고 이야기할수록 왜곡된다. 떨쳐냈다고 생각한 기억도 본디 모습을 바꿔 다른 모양이나 성질을 갖고 계속 찾아온다. 결국 실재의 잔상과 흔적을 부여잡고자 작업을 반복하는 나의 태도는 기억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사라지게 만든다.
올해 선보인 <답 없는 공간: 근사한 악몽>은 그러한 반복 행위 자체에 조금 더 집중한 작업이다. 개발과 재개발이 반복되는 도시의 공사 현장이 갖는 끝없는 파괴와 생성의 과정을 기록하며 이를 사적 기억, 꿈의 반복성과 엮어 일상의 불안, 두려움을 가시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사라지게 만들었다. 꿈의 시공간은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악몽은 조각조각 흩어졌다가 새롭게 가공돼 정지된 화면이 된다. 내적인 불안과 두려움을 탐색할 수 있는 기억과 닮은 미완의 풍경을 그리며 사유하는 과정을 앞으로도 반복하려 한다. 두려움에 잠식되지 않도록 ‘답이나 완성을 유예한 채 있는 힘껏 미완성을 반복하는 것’이 요즘 작업의 실천 내용이다.문화+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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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작 표지작 <초겨울의 그림자>
mixed media on paper | 21×29.7cm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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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로야(김은진)
그림 그리고 글 쓰고 노래한다. 그림 소설과 음반을 함께 엮은 <선인장 크래커>(2008), 드로잉으로 표현한 독서 에세이 <0페이지 책>(2012)을 출간하며 다양한 예술 신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억에 관한 음반과 드로잉을 담은 <사라의 짐>(2014)과 낙서를 가공해서 만든 책이자 노트인 <누군가의 노트>(2015) 등을 독립출판물로 엮었다. 지난 9월 <답 없는 공간: 근사한 악몽>이라는 타이틀로 10명의 아티스트, 비평가와 협업을 도모한 개인전을 열었다.
글 봄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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